학교·기관은 매뉴얼 지키며 침착 대응…공무원은 우왕좌왕하며 주차장에 몰려

  • 최수경,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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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07:25  |  수정 2017-11-16 07:25  |  발행일 2017-11-16 제3면
■ 지진 대피 상반된 모습

15일 포항 지진 발생 직후 상당수 학교 등에선 지진 매뉴얼을 지키며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지난해 경주지진 ‘학습효과’다. 하지만 정작 재난 발생 때 중심을 잡아야 할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던졌다.

◆학교·대중교통 차분히 대응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대구 서구 평리초등 운동장엔 대피 나온 학생과 교사들로 가득했다. 박숙희 평리초등 교장은 “지진 발생 5분도 채 되지 않아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켰다”며 “경주 대지진 이후 지속적으로 대피 훈련을 한 것이 주효했다. 여진 및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건물로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평리초등 학생의 대피는 여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될 때마다 계속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진 관련 피해 상황이 접수되진 않았으나 운행 중이던 도시철도 1·2호선 모든 전동차를 비상 정차시킨 뒤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시속 25㎞로 서행하도록 조치했다. 도시철도 3호선 역시 역사 내 비상 정차한 뒤 6분간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정상 운행 조치했다. 대구공항과 동대구역에서도 지진과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았다.

◆공무원들 우왕좌왕

대구시청 본관 앞 광장주차장엔 업무를 보다가 긴급 대피한 직원 300명이 빼곡히 몰려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가족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이들은 5분 전쯤 시청 대피 안내방송을 듣고 황급히 계단으로 이동했다. 본관 7층에서 근무하다 가장 먼저 주차장에 도착한 직원은 “사무실 바닥이 흔들리자 직감적으로 긴급재난문자가 오기도 전에 무작정 쿠션기능을 겸한 재난대피용 모자를 들고 뛰어내려왔다”고 했다. 이 모자는 상부에서 건물 잔해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직원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직원만 이 모자를 들고 대피했다.

오후 3시5분쯤엔 주차장에 한동안 대피해 있던 직원들의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이미 진출·입구가 봉쇄된 시청 정문으로 진입하려다 청원경찰의 제지를 받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직원 70~80여명은 시청사와 연계된 1층 대구은행 시청지점으로 몰려갔다. 은행 창구는 고객이 아닌 시청 직원들이 점령했다. 이들은 시청과 연결된 은행 출입구로 들어가려 했지만 이곳 또한 청경들에 막혔다. 또 인근 커피숍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시청 직원들이 몰려들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빈 것.

이 광경들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자연재난 발생 때 중심을 잡아야 할 공무원들이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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