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 이다감(강동초등 6년) ‘진짜 인싸 되는 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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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24면   |  수정 2019-12-05
수상 소감
책을 좋아하다보니 글 쓰는 실력도 늘어

 학교 가는 것이 매일 기다려지고, 싱글벙글 웃으며 지낼 수 있고, 나를 늘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바로 친구이다. 잘 맞춰 주고 웃어 주는 내 성격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친구가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어느 학교마다 있는 세 보이는, 흔히 '인싸'라고 불리는 무리 앞에선 내 고개가 저절로 수그러진다. 그 아이들은 늘 멋진 옷을 입고 다니면서 친구들을 떼처럼 몰고 다닌다. 세 보이는 말투도 인싸들의 특징 중 하나이다. 아이들 중에는 인싸들을 재수 없다고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사실 그런 아이들처럼 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꿈일 것이다.

나도 전교에서 유명한 인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하지만 인싸가 되려면 챙겨야 할 친구도 많고 유행하는 것들도 금방금방 알아놔야 하기 때문에 나는 절대로 인싸 무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곤 한다.


 민서는 전학 와서 유일한 친구였던 짝 신우와 떨어져 마치 망망대해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로 짝이 된 아이는 인기도 많고 예쁘지만 새침해서 다가가기 어려운 채라. 채라는 민서의 예쁜 문구들을 보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서는 아끼던 펜을 채라에게 주며 가까워졌고, 채라와 친한 무리인 도연, 희수와도 자연스레 친해진다. 하지만 채라와 신우가 좋지 않은 사이라는 걸 알게 되고 신우와 오해까지 생기는 바람에 신우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좋은 친구인 신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의 물건을 보고 다가온 채리의 곁에서 머뭇거리는 민서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서를 탓할 순 없다. 그건 누구의 모습도 아닌,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친구 사이에 끼여 누구의 편도, 누구의 적도 될 수 없었던 적이 나는 많다. 좋은 친구가 있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그 친구를 싫어하면 나도 그 좋은 친구를 외면한 적이 많다. 내가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인데… 친구가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서 잠 못드는 날이 많았다.


 신우와 채라 사이에서 고민하던 민서에게 채라는 희수, 도연이와 함께 패션 걸즈를 하자고 하고, 유튜브에 소녀들의 팁과 관련된 영상을 올려 인기를 얻자며 함께 영상을 찍는다. 채라는 민서에게 계속해서 영상에 쓸 소품을 사오라고 시키고 처음에는 꼬박꼬박 소품을 구입하던 민서는 점점 자신이 채라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 오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민서는 채라의 속마음을 화장실에서 듣게 되고 채라에게 용기를 내어 패션 걸즈를 탈퇴하겠다고 한다. 채라는 화를 내다가 자신은 처음엔 민서의 물건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민서를 내 친구로써 좋아한다고. 이때 민서가 외친다.


"유행(fashion)에만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 열정(passion) 가득한 사람이 돼 보자. 또 우리끼리만 할 게 아니라 신우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면 조회수도 늘고 좋지 않아?"


 이 책을 읽으면서 민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민서 같았으면 인기도 많고 얼굴도 예쁜 채라에게 패션 걸즈에서 나가겠다는 말은 못할 것 같은데 용기 내어 자신의 할 말을 한 민서가 참 멋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채라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채라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줄 모르는 서투른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채라와 민서의 모습에서 채라도 될 수 있고 민서도 신우도 될 수 있는 나를 보았다. 나도 누군가에는 채라, 민서, 신우였겠지?


 나는 3학년 때 반에서 겉돌았다. 조용히 밥을 먹었고, 조용히 공부를 했으며 쉬는 시간에는 조용히 책을 읽었다. 소심하고 조용해서 남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나는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다. 아이들에겐 단짝친구가 있었고, 나도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다가가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3학년 끝날 때까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는 변해가기 시작했다. 점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가가기 쉬운 편한 사람이 되어 갔다. 항상 웃었고 까다롭기 보단 차라리 만만해지길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진짜 내 성격, 소심하고 조용한 나를 버리고 상처받아도 상처 안 받는 척 눈치보며 지내왔다. 그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 민서처럼, 그런 민서 곁에 끝까지 있어 주었던 신우처럼 나도 자라날 것이다. 싫은 것이 있으면 싫다고 말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좋다고 말하는 내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곁에 있어 주고, 내 말을 들어 줄 진짜 내 친구 한 명을 사귈 것이다. 그 친구와, 마주보며 환하게 웃을 것이다. 인싸인 친구를 부러워 하지말고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의 손을 더 잡아주어야겠다. 그러면 나도 진정한 '진짜 내 마음의 인싸'가 될 수 있겠지?


20191205
[수상소감] 처음에 전화로 최우수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정말 믿기지 않아 순간 꿈인 줄 알고 볼을 꼬집어 보았습니다. 꿈이 아니란 걸 알고는 너무나 기뻐 엄마와 손을 맞잡고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독후감을 써서 낼 때 최우수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될 줄 몰랐는데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떨떨했습니다.

저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책 안에 들어가 내가 책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속에 빠져 꿈을 꾸다 보면 어느새 제 앞엔 상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책 읽는 게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한번 책에 빠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결말을 봐야 할 만큼 책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글 쓰는 실력도 늘게 된 것 같습니다.

독후감을 쓴 ‘진짜 인싸 되는 법’은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었습니다. 주인공 민서, 인기가 많은 채라, 민서의 첫 친구 신우. 셋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기 많은 인사이더, 인싸가 되기 위한 아이들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는 우리 주변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 옆에 있어 주는 친구들과 그동안 부러워하기도 질투하기도 했던 ‘인싸’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진짜 인싸 되는 법은 나를 꾸미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나눠 주는 것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가 친구도 많고 인기도 많아도 나 자신에게 명확한 행복이 없다면 친구 1백만명이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친구가 몇 명으로 줄어들어도 내가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진정한 인싸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려워지면 나를 외면할 사람이 아닌, 내 손을 잡아 줄 그런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최우수상이라는 과분한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 쓰는 걸 많이 응원해주는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지금 제 수상 소감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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