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초등부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 김건우(심석초등 5년) ‘오월의 달리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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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24면   |  수정 2019-12-05
수상 소감
12살 인생에 최고 행복 가져다준 아이러니

 "남원시청 육상부 김소희 선수, 아시아 육상 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 올해 초 한국체육대를 졸업하고 남원시청에 입단한 김소희 선수 주종목은 800m중거리 달리기로 5월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분7초13,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분7초01의 기록으로 라이벌을 압도하며 우승해, 이번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인터넷에 뜬 딸의 기사를 보고 또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명수는 오랜만에 하늘을 한동안 올려다보며 "소희를 내게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소희가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지금처럼만 달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그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빌었다.


 소희가 고등학교 때 1500곒까지 2관왕을 노려보겠다며 욕심을 내다가 왼쪽 무릎 후방인대 파열부상을 입은 후, 다시 달릴 수 없을까봐 노심초사했던 명수는 오늘의 이런 소식에 가슴이 벅차다. 내게 있어 달리기란 어린 시절 정태, 진규 그리고 성일이와 합숙소에서의 즐거운 추억에서 시작해 땀에 절은 공포와 무서움으로 막을 내린 한때의 무서운 꿈같은 것 이였다.


처음 소희가 육상선수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무작정 안된다고 말렸다. 운동선수가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인데, 그걸 하나밖에 없는 내 딸이 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예전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겁이 나고 두려웠다. 그래서 되도록 딸의 대회에는 바쁘지도 않은 시계방 일을 핑계대며 빠지기 일수였다. 소희의 엄마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단 한번도 나를 경기장에 가자고 조르지 않았다.


 '오월의 달리기' 책을 도서관에서 빼들었을 때는 표지를 보며 5월 어린이날 행사를 하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표지에 등장하는 명수의 표정은 너무나도 비장했고, 뒤따르는 정태와 진규 그리고 성일이가 너무나도 신나보였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무서웠다. 아이들 동화에 갑자기 총소리가 등장하고, 소아마비를 앓아 정상치 못한 명수의 아버지가 계엄군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그림 속 피 묻은 가제그림은 너무나도 실감나 1980년 5월 그 현장에 내가 들어간 느낌마저 들었다.


 '작가 선생님은 왜 우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려 했을까?' 한참동안 책을 읽다 고민스러워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다가가 넌지시 이 책을 보여드렸다. 조심스레 책을 넘기시다 설거지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직 이런 책을 읽기는 이르지 않나? 나는 지금은 몰랐으면 하는데~룖 아빠 말씀에 엄마 역시 고무장갑을 벗어던지시며 식탁에 앉아 책을 넘겨보셨다.
엄마 아빠는 서로 얼굴을 몇 번 마주 보시더니 결국 나를 부르셨다.


"우리아들! 이 책을 학교에서 다 읽었어?"
"다는 아니고 3분의 2 정도 읽었어. 군인들이 왜 사람들을 죽이는지 잘 몰라서~"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그냥 엄마아빠 얼굴만 쳐다보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야한 내용도 없고 게임을 한것도 아닌데 엄마표정이 왜 애매하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날 저녁 설거지를 마치지도 않으시고 엄마아빠는 나에게 같이 영화한편을 보자고 권하셨다. 함께 관람한 영화의 제목은 바로 송강호아저씨 주연의 '택시운전사'였다.


 지금 감옥에 갇힌 박근혜 전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의 사망부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군인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고 신문과 TV를 장악한 이야기들, 민주화요구가 강했던 광주에 공수부대를 내려보내 5.18 광주시내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발가벗겨 트럭에 실은 이야기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다. 나는 새로나온 게임을 처음 본 충격과는 또 다른 색다른 자극을 받았다. 과거에 있었던 일인데 왜 지금 이렇게 내심장이 벌벌 떨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 나는 다시 오월의 달리기를 한번 더 읽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다시 책을 읽었다. 시계방 주인이 된 명수를 찾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적힌 책의 처음과 마지막의 책 내용만 아주 느리게 꼼꼼하게 다시 읽어갔다.


"삼십삼년 동안 멈춰있던 시계가 이제야 가는군요."
2013년 어느 저녁, 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기신 회중시계 유품을 받아든 명수와 명수에게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옛군인은 앞으로의 자신의 삶에서 과거의 잘못과 고통을 잊지 않고, 다시는 그런 끔직한 일들이 생기지 않게 어른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지는 않았을까?


 나는 아직도 광주시내 구경을 갔던 육호방 4총사 명수,정태,성일 그리고 진규의 당구장에서 목격한 대학생 형의 폭행당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져 한동안 그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열심히 전국소년체전을 준비했던 그해 전남대표 학생들 13명 중 명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기록들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올해로 100회를 맞은 전국체육대회는 서울 잠실운동장 등에서 열렸다.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렸던 10월의 하늘은 높고 파랬다. 그동안 올림픽보다 덜 재미있고 나랑 상관없어 관심 없었던 전국체육대회를 오월의 달리기란 책을 통해 일제시대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체 100회가 되는 오늘날까지 열심히 달려와줘서 이렇게 멋진 대한민국을 이룬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도 앞으로 형과 누나들이  그래왔듯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갈고 닦아, 200회 전국체육대회가 펼쳐질 대한민국에서 내 아들손자가 더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명수형! 정태형! 진규형! 성일이형! 그리고 소희누나!  모두 아주 자~알 달려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큰 박수를 전하며 나도 힘들고 아픈 일들이 있더라도 앞으로 열심히 잘 달리겠습니다. 성일이형! 오늘 같은 날 형의 명언한마디가 빠지면 섭섭하죠.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헬렌 켈러)
어디선가 신나게 달리는 형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20191205
[수상소감] 와우!~~ 내가 최우수작이라고? 책속의 주인공 명수와 친구들이 우리 집 거실을 폴짝폴짝 뛰며 함께 기뻐하는 것 같았다.

올 한해 읽은 책 중 가장 어렵고 충격적이었던 ‘오월의 달리기’가 12세 내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2019 영남일보 전국 독후감상문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초등 고학년 해당 도서를 살피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오월의 달리기’였다.

책을 처음 읽는 순간 달리기대회의 추억을 담은 내 또래아이의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중간쯤 넘어가자 나는 책을 잘못 골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뭐랄까? 도대체 작가선생님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부모님께 책을 넌지시 내밀며 이 책 좀 같이 읽어보자고 보여드렸는데, 그날 밤 나는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부모님과 함께 보게 되었고, 내가 선택한 오월의 달리기란 책이 상상의 소설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과거의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12세인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책을 그냥 재미로만 읽으면서 해맑게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는 없는 겁니까?’그날 밤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5학년이 되면서 사회교과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사만으로 나는 올 한해 너무 많은 우리나라 이야기를 접해야했는데,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소설로 접하게 된 12세 철부지인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욕심이 생겼다. 읽고 또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또 앞으로 넘어가 다시 읽어가며 책을 일곱번이나 읽었다. 그렇게 여러 번 책을 읽고 보니 작가선생님이 나에게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약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아주 자~알 달리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있어 오늘의 내가 또다시 잘 달려 나가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우수작 수상이라는 영광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어 몹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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