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묻지마 기업유치가 부른 '먹튀 잔혹사'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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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3 20:45  |  수정 2020-08-04 11:23  |  발행일 2020-08-03
한국게이츠 등 지원만 챙기고 탈대구...경제 악영향 사례 지속
시,규제장치 사실상 전무..."산업정책 부합-유치효과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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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츠 전경(영남일보 DB)

대구시가 리쇼어링(해외에 나간 자국기업의 본국 회귀)을 포함한 다양한 역외기업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유치기업 중 일부가 경영난이나 사업 다각화 등을 핑계로 철수하는 사례가 이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역외 기업들에게는 사업용지 분양가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이 지원되는 데 비해 고용 유지나 투자 등 의무조항은 극히 미미하다. 특히 최근 일부 외투 기업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해 수십 년간 몸담아 왔던 근로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공장 폐쇄를 선언한 한국게이츠가 대표적이다. 한국게이츠는 일방적인 공장폐업 통보로 147명의 노동자들과 51개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게이츠 본사는 한국 공장을 폐업하면서도 별도의 판매법인을 통해 중국산 부품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골치 아픈 공장 운영을 하기 보다는 유통망 관리를 통한 이익 극대화라는 약삭빠른 셈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외기업의 행태에도 대구시 등 해당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전무 한 상태다. 대구 달성산업단지 관계자는 "외자 유치 정책으로 인한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을 받아놓고,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은 피하면서 이익만을 얻어가려는 먹튀 자본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적에 급급한 '묻지마 유치'보다 대구의 산업정책에 부합하고 연관 효과를 살릴 수 있는 기업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부 역외기업의 먹튀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책보다는 당근 제시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장래성과 유치 효과를 정밀히 분석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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