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만 주던 대구시, 세수·일자리 '두 토끼' 다 놓쳐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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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4   |  발행일 2020-08-04 제3면   |  수정 2020-08-04
[역외기업 먹튀] (상) 기업 얌체 행보에도 '냉가슴'

한국게이츠
2000년부터 현대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동력벨트를 납품하던 대구 달성산업단지 내 한국게이츠가 사업용지 분양가 인하 등 대구시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았음에도 지난 6월26일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하면서 147명의 근로자와 51개 협력업체 직원 등이 생존권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00년대 중반 액정표시장치(LCD) TV 및 산업용 정보디스플레이(DID) 생산업체 디보스는 대구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성서3차산업단지의 노른자위 땅인 옛 삼성상용차 부지 2만4천여㎡를 분양 받았다. 인센티브도 12억원에 달했다. 당시 3.3㎡당 73만원이었던 공장부지에 대해 10만원씩 차액을 보전받아 7억원이 넘는 추가 혜택도 받았다. 그렇지만 디보스는 이후 수차례 사명과 회사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상장폐지와 부도를 맞게 된다. 이러던 중 한때 106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구시는 역외 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마련해 이들의 지역 진출을 늘려 왔다. 이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세수를 늘리는 등 지역경제에 대해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단물만 챙기고 빠지는 역외기업의 속 보이는 먹튀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인센티브 주며 한국게이츠 유치했지만 일방적 공장폐업 통보
희성전자, 조성 부지 반값에 분양 받았지만 30%만 공장 설립
2~3년 전부터 땅 매각…1공장 매각되면 직원 해외근무 불가피



현대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동력벨트를 납품하는 한국게이츠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누계 매출액 1조4천573억원에 연평균 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업체다. 폐업을 통보한 6월에도 7월까지 생산계획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구시나 달성군 등이 한국게이츠의 일방적인 공장폐업을 통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또 외국 자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먹튀 행각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디보스 사례와는 좀 다르지만 희성전자 역시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희성전자는 2004년 대구 성서3차산업단지 내 옛 삼성상용차 부지(달서구 호산동 367-70)에 입주(2공장)하면서 대구시로부터 산업단지 조성비용인 1㎡당 45만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22만원에 10만㎡를 분양받았다. 분양조건은 3년 내 공장건립, 7년 이내 매각·임대 금지, 환매권 설정 등기 등이다.

하지만 희성전자는 분양받은 땅 중 약 30% 정도만 공장을 건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구시는 2011년 유휴부지 반환 검토를 요구했지만, 희성전자는 또다시 '3년 이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 창출을 위해 시민의 세금까지 투입해 기업에 지원한 부지를 놀리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땅장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희성전자는 공장 부지에 대해 매각 의사를 갖고 구매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도 희성전자가 1공장(달서구 호산동 710)을 사실상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1공장 부지 활용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오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라면서 "1공장은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생산라인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해외 이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 역시 "희성전자가 2~3년 전부터 부지의 땅들을 매각하고 있었다"면서 "2공장의 경우 2013년부터 가동을 중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당시 희성전자의 공장용지 투자금은 약 220억원이다. 성서산업단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성서3차산단의 1㎡당 가격은 150만원을 상회한다. 조성가와 분양가의 차익만 고려해도 약 146억원에 달하고 시세를 적용할 경우 1천300억원 정도의 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조성원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특혜 분양받은 희성전자는 이미 2012년부터 이 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희성전자 1공장이 매각되면 지역 경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근로자 해직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희성전자 직원의 50%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은 2공장으로 이전해 계속 근무할 수 있지만 생산공장 직원들은 해외근무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희성전자 측은 "1천명 넘게 일을 하던 생산라인 대부분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폴란드 등으로 이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인력은 재배치하고 기술 및 품질관리 인력과 사무직 등 400명 정도는 계속해서 대구 본사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라며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문도 잘못된 정보로, 2공장 인력을 본사가 있는 1공장으로 재배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한국게이츠나 희성전자와 같은 역외기업 투자유치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한 기업검증시스템을 만들고, 산업트렌드와 지역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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