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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시인〉 |
"배~~신, 자 아 여어~~~!"
열창을 끝낸 그가 잠시 휘청이듯 고개를 떨구며 참았던 숨을 훅훅 뱉어낸다. 벅차게 달려온 여정과 최선을 다한 자의 노고가 그 모습에 어린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2020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두려움에 빠지고 격리와 봉쇄당한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운명의 신은 준비된 한 영웅을 보내주었다. 그는 '미스터트롯 경연대회'에서 수많은 경쟁을 통과해 미스터트롯 진이 되었고 한국 가요의 중심에 우뚝 섰다.
임영웅은 결핍과 눈물의 유년을 보냈으나 반듯하게 성장했고, 포천시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걸어 그의 승리를 응원할 정도로 신뢰했다. 소속사 대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보자"며 임영웅에게 자신의 전부를 걸고 헌신한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위장막을 덮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신차처럼 가려져 있던 임영웅은 서서히 앞머리 헤어스타일을 바꾸며 그 훤한 이마를 보여준다. 어디에 있어도 군계일학이었다.
타고난 매끄러운 음색과 풍부한 성향에 깊은 감성을 녹여 임영웅은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전방위를 커버하는 가창력으로 팝송과 다른 장르의 노래도 탁월하게 잘 부른다. 그는 솔로로 노래할 때 의욕을 과시하거나 존재감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는 자신보다 노래가 돋보이도록, 오로지 노래가 빛나도록 노래 부른다. 그러기에 그의 노래는 아이돌 가수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심금을 울리고 모성까지 자극하는 것이다.
대국민 콘서트 서울 공연에서 '보랏빛 엽서'를 부르던 간주 중에 팬들이 뜨거운 함성을 보내자 그가 잠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만감의 미소로 답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무명의 나날들, 그리고 오늘의 무대에 선 감회가 주마등처럼 스쳐갔으리라.
진(眞)은 선(善)과 미(美)를 포함한다. 영웅은 이 세 가지 덕목을 다 갖추어야 자격이 있다. 범사에 겸손하고 때마다 고액을 기부하며 축구 실력까지 프로급인 멀티 플레이어 임영웅은 일품 연예인 명품 영웅이다. 이제 갓 서른인 그 청년은 남녀노소 팬들도 다독이며 이끌어간다. 임영웅호 함장과 더불어 금쪽 같고 보석 같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오래 순항하기를 바란다. 트로트를 사랑하는 어느 시인은 일찍이 이런 시구를 썼다. '트로트도 불멸의 클래식이다'라고!
사윤수 〈시인〉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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