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 대구현장 5곳에도 불똥 튀나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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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4   |  발행일 2022-01-14 제2면   |  수정 2022-01-14 10:59
광주서 잇단 참사, 계약 해지 움직임 등 소비자 불신 커져
지역 커뮤니티서도 "불안해서 매입 하겠나" 불만 목소리
대구 재건축조합 "주위 단지 상황 지켜보며 신중히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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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졌다. 사진은 13일 오후 촬영한 붕괴 현장 건물의 모습으로,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광주 아파트 공사장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면서 현산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대구 건설현장에도 불똥이 튈지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산은 지난해 광주 학산빌딩 붕괴 참사로 9명이 사망한 데 이어 1년도 안 돼 신축 아파트 공사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광주와 경남 창원 등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현산과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는가 하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주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현산과 맺은 시공사 계약 취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 재건축 사업은 현산과 GS건설·한화건설 3개사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조합 측은 해당 컨소시엄에서 현산을 제외하거나 컨소시엄 자체를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단지명에서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빼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서울) 개포 1단지 네이밍에 아이파크가 들어가면 가치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현산의 공사 현장을 신뢰할 수 없고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테니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내용이었다.

대구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아이파크 불안하니 매매하지 말아야 되겠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안됩니다' 등 현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구에서 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현장은 5곳이다. 우방범어타운1차(범어동), 우방범어타운 2차(범어동), 범어목련(범어동), 수성지구 우방타운2차(황금동), 을지맨션(범어동) 등으로 이들은 모두 수성구에 위치한 재건축정비사업장이다. 이중 우방범어타운1차는 이미 시공에 들어가 현재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는 아직 착공 전이다.

광주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로 인한 여파에 대해 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대구지역 재건축조합 측에서는 상황을 신중히 지켜 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A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오늘 오전 현산 측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했고,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찾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향후 주위 단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시끄럽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른 B재건축조합장은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 삼아 더 건실하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다른 사업장 여론을 들어보고, 현산의 처신도 지켜보면서 그에 따라 신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재건축조합장은 "현대자동차 전복사고가 났다고 현대차 전체를 보이콧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면서 "오히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를 더 튼튼하게 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믿고 계약한 조합원들이 재산권에 엄청난 침해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시공사 변경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요구가 거세지는 단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현산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향후 사업 수주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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