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빌딩 방화 희생자 지인들 "너무 허망해 말도 안 나온다" 침통

  • 이자인
  • |
  • 입력 2022-06-09 21:52  |  수정 2022-06-09 21:53
KakaoTalk_20220609_201712704_03
대구 한 병원 장례식장


"다음 주 보자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는데…"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빌딩 화재로 숨진 사망자들과 함께 근무하던 A씨가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경북대 인근 병원 구석에 앉아 공허한 표정으로 말했다.

A씨는 화재 사건이 발생한 대구법원 인근 빌딩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왔지만, 한 순간의 사건으로 동료들을 잃었다. 한숨을 가득 쉬던 A씨는 "오후에 서부지법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서 매일 오전에 출근하다가 이 날만 집에서 늦게 나왔는데 사건이 벌어졌다"며 말문을 뗐다.

A씨는 "낮 12시쯤 넘어서 뉴스를 봤더니 법원 인근 빌딩에서 불이 나고 있다는 속보가 나왔다"며 "급하게 사진을 확인하니 우리 사무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사망자가 된 직원에게 전화하니 어떤 때는 통화가 되고, 어떤 때는 통화가 안 돼 마음이 급해서 택시를 타고 현장에 왔다"며 "수사관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니 사망자 중 우리 직원 5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함께 근무하던 사망자 B씨는 그와 20년 넘게 일한 동료였다. A씨는 "B와 어제 점심까지 같이 앉아서 장난을 치고 놀 만큼 굉장히 아끼는 후배였다"라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 외 직원들에 대해서도 "점심도 같이 먹고 농담을 주고 받고 지내는 사람들이었고, 다 하나 같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고향 사람들을 한 순간에 다 잃었다"고 했다.

숨진 변호사 B씨의 고등학교 친구인 C씨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불이 났다고 해서 고인이 된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았다. 느낌이 쎄해서 건물을 봤더니 2층이길래 병원에 전화를 하니 친구 B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뭐라 말을 하기도 힘들 정도로놀랐고 그냥 정말로 허망해서 아무 말도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이어 "40년 지기로 일주일 전에 전화해서 곧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다음 주 중에 한 번 보자'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다"며 말 끝을 흐렸다.

글·사진=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