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집적화·최고 수준 연구개발…필수 인프라 모두 갖췄다

  • 조규덕,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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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4 07:15  |  수정 2023-03-14 07:15  |  발행일 2023-03-14 제3면

구미산단
SK실트론·LG이노텍 등 반도체 기업들이 구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을 늘린다. 구미 반도체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구미국가산단 전경. 〈영남일보 DB〉

15파전…반도체 특화단지 경쟁 구미

선도기업 중심 생태계→성과 단기도출 가능
대통령 이어 삼성·SK그룹 총수 잇단 방문
수도권 'K-반도체 벨트' 영남권 확장 기대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경북 구미는 당위성과 명분에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까지 30여 년간 전국 기초단체 중 부동의 수출 1위를 기록하며 한국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산업의 역사는 구미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기업의 수도권 집중으로 2010년 충남 아산에 추월당하더니 현재 7위로 추락하는 등 수출도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구미시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반도체산업 육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구미에는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완비돼 국정 성과 도출이 단기간에 가능하다. 실제 △즉시 공급 가능한 부지(5단지)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인 전력 △360곳에 달하는 반도체 기업 △5단지와 20분 거리에 들어설 대구경북신공항 △마이스터고와 국립대를 통한 반도체 인력 양성 등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에 필요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구미시는 상반기 정부의 반도체 특화단지 대상지 선정을 앞두고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연이어 성사시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2026년까지 2조3천억원을 구미사업장에 투자해 300㎜ 웨이퍼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LG이노텍은 올해까지 구미에 1조4천억원을 투자해 반도체용 기판인 FC-BGA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카메라 모듈 생산을 늘린다. 반도체용 쿼츠웨어 제조기업 원익큐엔씨는 800억원, 반도체 소재·부품기업 코마테크놀로지는 389억원을 투자한다. 최근 3년간 반도체 기업이 구미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조원에 달한다. 실제 반도체 대기업이 경기 평택·용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사례는 구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총리·장관부터 재계 순위 1·2위에 해당하는 삼성·SK그룹 총수까지 잇따라 구미를 찾으면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첫 지방 일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찾아 금오공대에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미국가산업단지 SK실트론 본사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구미(2조3천억원)를 포함한 경북에 2025년까지 총 5조5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구미사업장과 구미전자공고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전자공고 현관 앞에서 이재용 회장을 만나 삼성그룹 차원의 통 큰 투자와 반도체 특화단지가 구미로 지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구미시는 반도체 특화단지와 함께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미는 국내 유도무기·탄약과 감시정찰·통신 분야 최대 생산거점이다. 김장호 시장은 "차세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K-반도체 벨트 영남권 확장은 수도권 편중 현상과 대기업의 수도권 이전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구미와 대구경북에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사업 유치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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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가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2026년까지 3조2천억원을 투입해 2차전지 글로벌 생산기지로 조성할 계획인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포항시 제공〉

4파전…2차전지 특화단지 도전 포항

에코프로 등 배터리 앵커기업 투자 확대
방사광가속기 단지엔 기술 생태계 완성
편리한 항만물류·전문인력 공급도 강점

경북 포항시가 상반기 선정 예정인 정부의 2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북도와 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 등 2차전지 선도기업은 '경북 2차전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키고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전에 뛰어든 후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2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로 포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에코프로 등 배터리 앵커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기업의 집적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2017~2026년 영일만산단에 총 3조2천억원을 투입해 2차전지 글로벌 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천4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 이미 에코프로 캠퍼스에는 연산 15만t 규모의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다. 단일 생산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케미칼도 영일만산단에 6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 건립에 돌입했다.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배터리에 리튬을 공급하는 양극재는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에너지원으로, 배터리 가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12월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에 연산 8천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준공했으며, 2025년까지 1만8천t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지난해 세계 전구체 생산 1위 업체인 중국 CNGR가 2030년까지 25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구축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생산 규모를 현재 5만t 규모에서 2026년 12만t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은 3·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위치한 지곡단지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 2차전지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것도 큰 장점이다. 포스텍·한동대 등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에서 매년 5천600명의 엔지니어 인력이 배출돼 2차전지 기업에 인력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다 동해안 유일의 컨테이너항만인 영일만항을 보유해 항만물류를 필수로 하는 배터리 원료·소재의 수출입이 수월하다. 철도·공항·고속도로 등 사통팔달 교통망도 구축돼 특화단지 지정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이와 함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고, 인라인 자동평가센터 등 2차전지 관련 국가 실증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정치·경제계에서는 짧은 시간 이뤄낸 2차전지 산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특화단지를 지정받아 50여 년의 철강산업 기술력을 2차전지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울산은 삼성SDI·고려아연 같은 기업과 울산대 등이 참여하는 전지산업연합체를 결성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충북 오창은 2차전지 완제품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북 군산은 새만금산단의 넓은 부지와 현지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기업 집적화와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하는 등 차별화한 장점을 가져 2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라고 자부한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기업하기 더 좋은 도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도시로 거듭나 지역균형발전을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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