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빈방미 동행취재] 대통령실 워싱턴선언에 "사실상 핵 공유" 자평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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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7 10:50  |  수정 2023-04-27 16:15  |  발행일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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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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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유사시 우리나라와 미국의 핵 전력을 결합하는 공동 기획·실행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핵잠수함을 자주 국내에 배치하는 등 미국 측 전략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 NCG 통해 美 전략자산 한반도 자주 배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국민께서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핵우산)의 획기적 강화를 담은 것으로 양국이 핵 관련 논의를 위한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차장은 "앞으로 한미 안보 당국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핵과 전략무기 운용계획을 논의한다"며 "유사시에 우리나라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하는 확장억제 공동기획과 공동실행 계획을 세우고 즉시 양 정상에게 보고한다"고 밝혔다.

외교계에선 미국이 특정 동맹국과 함께 핵자산 운용 등을 협의하는 상설협의체를 만들고, 선언문 형식으로 명시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특정한 하나의 동맹국에 핵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플랜을 담아서 선언하고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NCG는 한미 국방부의 '차관보급' 협의체로 이뤄진다. 장관이나 차관 보다 실무 담당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회의 주기는 1년에 4번 정도 올 연내에 2~3차례 열릴 예정이다.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등 유사한 다른 협의체는 NCG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NCG 협의사항에 당장 몇 주내에 한반도에 전개될 핵잠수함이나, 미국이 전략자산을 괌 기지라든지 등에 수시로 이동시키고 배치하는데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략자산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세 가지다. ICBM은 옮기기 힘들고 핵잠수함은 은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적국이 알아내기 힘들고 즉각 핵 보복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며 "이런 전략자산을 거의 정기적으로 아주 자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합치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은 중국을 고려해 사전 조치도 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위협을 대비해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지만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사전 설명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 선언이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 요인이 아니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비 방안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이를 우려하거나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취지로 사전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또 이날 정상회담 결과물로 6개의 별도 합의문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 선언과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을 위한 공동성명,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한국전 명예 훈장 수여자의 신원 확인에 관한 정상 공동성명 등 4개는 대통령실과 미 국가안보실(NSC)간 체결됐다. 나머지 2건 중 '양자 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은 과학기술정통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간에, '한미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은 과기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 간에 각각 체결됐다.

대통령실은 "오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을 주축으로 안보동맹·경제동맹·기술동맹·문화동맹·정보동맹의 5개 기둥이 자리 잡았다"며 "이들 5개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고 시너지를 발휘하며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 잘 구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 간 일본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모두발언 등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언급이 이뤄졌는데, 대통령실 측은 "한국 대통령이 선제적·적극적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끌어나간다는 데 대해 미국이 그것을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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