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1) ' 장기기증'…새 생명의 기적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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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9  |  수정 2023-05-19 07:14  |  발행일 2023-05-19 제33면
죽음의 순간 타인에게 생명 나눠주는 선택

커다란 슬픔 속에도 숭고한 결정 한 유족에

수혜자들 "더 의미 있는 삶 살아가겠습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1)  장기기증…새 생명의 기적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대구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가속화되며 도시 전체가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감염병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잇따랐고, 사망자도 연이어 발생했다. 도시는 큰 슬픔에 빠졌다. 당시 대구 상황을 절망적으로 본 시선도 있었지만, 대구는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냈다. 시민들은 침착하고 성숙했다. 시민의식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이 났다. 이를 통해 대구라는 도시가 스스로는 물론 외부에서도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대구의 진면모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팬데믹의 위기와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한 이후 비로소 새로 발견된 것이다.

모든 인간은 숙명처럼 한평생 많은 위기와 절망, 이별, 상실 등을 경험해야 한다.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어떤 물건이나 상황일 수도 있다. 무엇에게든 '끝'은 찾아오고, 그걸 피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끝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리 각자에게 달렸다. 두려움 없이 인생을 직시해 온 일본의 노(老)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한계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면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하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했다.

일상을 위협한 팬데믹을 통해 재발견된 도시 대구처럼 부정적 의미의 '끝'을 새로운 '시작'의 개념으로 치환해 보고자 한다. 육지의 끝에 다다르면 바다가 시작되는 것처럼….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의 첫 번째 이야기는 '내 마지막이 당신의 시작이기를…장기 기증'이다.

"많은 생명을 살리고 거룩한 삶을 살다 갔다." 한 장기 기증자의 가족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온라인 추모 공간에 남긴 글 일부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간 고인을 가족은 '거룩한 삶을 살고 간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기증자 가족들이 쓴 추모 편지는 애달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세상에서 다시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합리화하기 힘든 슬픔이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 직전에 타인을 살리는 결정을 했다는 사실은 큰 감동을 남긴다.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와 그 가족이 익명으로 쓴 편지도 뭉클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 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고인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이들은 편지에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았다. "기증자님 감사합니다. 제 삶이 새로 시작됐습니다. 항상 성실한 자세로 두 사람의 삶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새 생명을 허락해 준 공여자와 그 가족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인의 못다 한 몫까지 타인을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누군가의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이 또 다른 누군가의 새 시작이 되는 일이 바로 '장기 기증'이다. 끝은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일지 모른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2) ' 장기기증'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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