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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장기 이식은 흔히 '기적'으로 불린다.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을 맞게 된 이들과 그 가족은 슬프고 황망한 와중에도 다른 아픈 이들의 '기적'을 위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나 혹은 내 가족의 마지막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사(死)와 생(生)의 교차점에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 바로 장기 기증이 아닐까.
◆새 삶을 선물한 이들
장기 기증 관련 기관에서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일부 장기 기증자들의 사연을 공개하고 있다. 기증자들은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점은 같다. 그 황망한 와중에도 장기 기증을 결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린 이들의 사연은 고귀하고도 위대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A(11)군이 자신의 간장과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A군은 세상에 어렵게 온 소중한 외동아들이었다. 가족들은 "A군이 사고 순간 바로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준 것은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A군은 그렇게 3명의 생명을 살리고 밤하늘의 별이 됐다.
뇌사 빠졌던 열한 살 어린이
세 명 살려내고 하늘의 별로
평소 몸 불편했던 20대 청년
네 명에게 자유로운 삶 선물
지난 3월 20대 청년 곽문섭씨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며 장기를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곽씨는 생전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학업을 이어가야 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밝게 살아온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곽씨의 가족은 기증 결심을 밝히며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그가 이제 누군가의 몸을 통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30대 우상명씨는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그로 인해 모두 6명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우씨의 형은 "너의 도움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그 안에서 너도 다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일을 하고 하늘나라로 가는 거니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새 삶을 얻게 된 이들
누군가의 마지막 결정으로 새 삶을 얻게 된 이들은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경북에 사는 김주현(가명)씨는 10여 년 전에 각막을 기증받고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약 30년 전 병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오랜 시간 통증과 불편함 속에 살아야 했다. 그가 다시 한쪽 눈의 시력을 되찾기 위해선 각막 이식을 해야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긴 기다림 끝에 김씨는 한 기증인으로부터 각막을 이식받고 비로소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각막 이식 수술 이후 안대를 벗고 눈을 뜨던 그 기적 같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각막을 선물해 준 기증자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김씨 역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10여년간 시력 잃었던 환자
각막 기증 받고 제2의 인생
폐질환에 고통받았던 남성
"다시 못할 것 같던 운동 시작"
정지호(가명)씨는 평소 앓던 지병의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면서 30대 중반부터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다. 오랜 투병을 이어가던 중 이식 대기자 신청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신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정씨는 "자신의 신장 하나를 제게 나눠준 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지금 투병 생활로 고통스러운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폐 질환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야 했던 이경민(가명)씨는 몇 해 전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됐다. 이씨는 이식 이후 다시 못할 줄 알았던 운동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기증인과 그 가족 분들의 고귀한 결정에 보답하는 길은 제가 건강히 잘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했다.
◆장기 이식 '기적' 기다리는 이들 수만 명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는 442명으로, 이를 통해 총 1천779건의 뇌사자 장기 기증이 이뤄졌다. 뇌사자들의 생명 나눔으로 인해 누군가가 새 삶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대기자의 긴 기다림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장기 등 이식 대기자는 4만8천459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신장 이식 대기자가 3만1천55명, 간장 6천388명, 조혈모 5천929명, 안구 2천84명, 췌장 1천588명, 심장 943명, 폐 425명, 췌도 27명, 소장 20명이었다.
장기이식 건수에 비해 이식 대기자 수가 많다 보니 환자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장기 이식 대기 중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죽음의 순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유교적 문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장기 기증 등록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고 높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주춤하던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 수가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지난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구경북지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인원은 총 3천451명으로 파악됐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새 삶을 선물한 이들
장기 기증 관련 기관에서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일부 장기 기증자들의 사연을 공개하고 있다. 기증자들은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점은 같다. 그 황망한 와중에도 장기 기증을 결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린 이들의 사연은 고귀하고도 위대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A(11)군이 자신의 간장과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A군은 세상에 어렵게 온 소중한 외동아들이었다. 가족들은 "A군이 사고 순간 바로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준 것은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A군은 그렇게 3명의 생명을 살리고 밤하늘의 별이 됐다.
뇌사 빠졌던 열한 살 어린이
세 명 살려내고 하늘의 별로
평소 몸 불편했던 20대 청년
네 명에게 자유로운 삶 선물
지난 3월 20대 청년 곽문섭씨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며 장기를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곽씨는 생전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학업을 이어가야 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밝게 살아온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곽씨의 가족은 기증 결심을 밝히며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그가 이제 누군가의 몸을 통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30대 우상명씨는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그로 인해 모두 6명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우씨의 형은 "너의 도움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그 안에서 너도 다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일을 하고 하늘나라로 가는 거니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새 삶을 얻게 된 이들
누군가의 마지막 결정으로 새 삶을 얻게 된 이들은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경북에 사는 김주현(가명)씨는 10여 년 전에 각막을 기증받고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약 30년 전 병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오랜 시간 통증과 불편함 속에 살아야 했다. 그가 다시 한쪽 눈의 시력을 되찾기 위해선 각막 이식을 해야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긴 기다림 끝에 김씨는 한 기증인으로부터 각막을 이식받고 비로소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각막 이식 수술 이후 안대를 벗고 눈을 뜨던 그 기적 같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각막을 선물해 준 기증자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김씨 역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10여년간 시력 잃었던 환자
각막 기증 받고 제2의 인생
폐질환에 고통받았던 남성
"다시 못할 것 같던 운동 시작"
정지호(가명)씨는 평소 앓던 지병의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면서 30대 중반부터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다. 오랜 투병을 이어가던 중 이식 대기자 신청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신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정씨는 "자신의 신장 하나를 제게 나눠준 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지금 투병 생활로 고통스러운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폐 질환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야 했던 이경민(가명)씨는 몇 해 전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됐다. 이씨는 이식 이후 다시 못할 줄 알았던 운동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기증인과 그 가족 분들의 고귀한 결정에 보답하는 길은 제가 건강히 잘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했다.
◆장기 이식 '기적' 기다리는 이들 수만 명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는 442명으로, 이를 통해 총 1천779건의 뇌사자 장기 기증이 이뤄졌다. 뇌사자들의 생명 나눔으로 인해 누군가가 새 삶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대기자의 긴 기다림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장기 등 이식 대기자는 4만8천459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신장 이식 대기자가 3만1천55명, 간장 6천388명, 조혈모 5천929명, 안구 2천84명, 췌장 1천588명, 심장 943명, 폐 425명, 췌도 27명, 소장 20명이었다.
장기이식 건수에 비해 이식 대기자 수가 많다 보니 환자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장기 이식 대기 중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죽음의 순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유교적 문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장기 기증 등록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고 높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주춤하던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 수가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지난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구경북지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인원은 총 3천451명으로 파악됐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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