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역 논란 해소-맹꽁이 서식지 보호 '두 토끼' 잡았다

  • 민경석,박용기,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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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9  |  수정 2023-06-29 07:11  |  발행일 2023-06-29 제3면
묘안 짜낸 대구시…도시철도 4호선 최적案 마련

엑스코역 논란 해소-맹꽁이 서식지 보호 두 토끼 잡았다
김정섭 대구교통공사 건설본부장이 28일 오전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열린 '도시철도 4호선 기본계획'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도시철도 4호선 개통(2030년 완공 예정) 후 영남대에서 엑스코까지의 이동 소요시간 단축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시가 대구도시철도 4호선 건설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 28일 대구시 동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시철도 4호선 기본계획 최종안 설명회'에서 대구시는 차량기지 부지로 북구 대현동 도축장을 결정하고, 엑스코역은 당초 안보다 유통단지 쪽으로 더 가까이 옮기기로 했다. 다수의 시민 의견을 수용하면서 최적의 묘안을 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엑스코역 논란 해소-맹꽁이 서식지 보호 두 토끼 잡았다

◆엑스코역 위치 이동

대구도시철도 4호선 엑스코역이 당초 계획된 지점에서 북편 종합유통단지 쪽으로 옮겨 건설된다. 기존 계획대로 건설 땐 유통단지와 무려 500m나 떨어지게 돼 '엑스코 없는 엑스코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대구시가 이를 수용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구시는 이날 최종안 설명회에서 엑스코 및 종합유통단지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엑스코역을 북측 방향으로 150m가량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3월9일 기자설명회에서 유성청구 아파트 인근(복현오거리에서 코스트코 방면)에 엑스코역을 세우는 안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통단지 상인들을 중심으로 '엑스코 없는 엑스코역'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반발 기류가 강했다. 유통단지와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수정안대로 건설되면 엑스코역과 유통단지 간 거리는 애초 500m에서 350m로 줄어들 전망이다.


엑스코 없는 엑스코역 지적에
유통단지와 거리 350m로 줄여
셔틀버스 연계 운행 방안까지

불로동 차량기지 계획도 변경
추가예산 안 드는 대안 내놓아



대구시는 이날 설명회에서 종합유통단지에 대한 접근성 향상 방안도 내놨다.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해 유통단지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도시철도 5호선과의 환승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5호선은 대구시내 3차 순환도로를 따라가면서 서대구역과 두류공원 그리고 K2 공군기지를 비롯한 군부대 후적지 등 주요 거점을 통과하는 순환선이다. 김정섭 대구교통공사 건설본부장은 "그동안 공청회와 주민설명회에서 제기된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종합 검토해 최적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차량기지 위치 결정

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는 북구 대현동 도축장 부지로 결정됐다. 불로동 농경지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로 판명된 봉무IC 인근 부지를 대체하는 묘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대구시·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말 '엑스코선(4호선)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구 봉무IC 인근에 차량기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앞서 철도망구축계획에선 불로동에 차량기지가 들어서기로 했으나, 봉무IC가 사실상 기능을 잃게 되면서 이곳이 차량기지로 결정된 것.

하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 등이 조사에 나섰고, 맹꽁이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는 점도 차량기지 결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있고, 이 중 일부는 차량기지와의 거리가 35m에 불과했다.

이에 대구시는 불로동 농경지로 차량기지 부지를 변경키로 했으나,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 과정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자칫하면 '민민(民民)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대구시는 시유지 등을 포함한 대안을 검토했으며, 2024년 4월 폐쇄가 예정된 북구 도축장 부지를 차량기지로 최종 낙점했다. 도축장은 대구시 소유인 데다 금호워터폴리스 조성사업에 따른 주거지(4천200가구)와도 1㎞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민원이 제기될 우려가 낮다는 판단이 깔렸다. 시유지인 만큼 차량기지 건설 과정에 추가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김정섭 대구교통공사 건설본부장은 "도축장 부지는 경부고속도로 인근이고, 주거지와도 떨어져 있어 소음 피해가 적다"며 "가축 부산물을 판매하는 주변 상가들도 2026년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2030년 4호선 개통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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