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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온 5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경기장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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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3시39분쯤 한국야구위원회(KBO) 애풀리케이션에 올라온 '칼부림' 예고 글. 독자 제공 |
지난 5일 오후 6시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주말 경기를 맞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사이로 경찰들이 통로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배치된 경력은 경찰특공대, 기동대, 형사 등 200여명. 배치된 경찰 경력들은 내·외야 관중석 곳곳과 5층 SKY석 통로를 순찰하면서 관중석을 주시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KBO리그 11차전 경기를 앞두고 오후 3시39분쯤 KBO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응원하기' 체팅창에 '오늘 대구 야구장에서 수십 명 칼로 찔러죽일거다 각오해라'는 글이 게시됐다. 오후 5시1분쯤 해당 게시글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이 라이온즈파크 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또 경기장 내부 뿐 아니라 외부와 주변에도 경찰 기동대가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경기장에 경찰이 투입되자 관중들이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흉기 난동' 예고 소식이 삽시간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관중들 사이에서도 한 때 긴장감이 엄습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아이를 안전한 안쪽으로 옮기기도 하고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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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SKY석에서 순찰하는 경찰들의 모습. 이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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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삼성라이온즈 구단은 경기 후 전광판을 통해 예정된 대프리카 콘서트의 취소와 암전 없는 불꽃놀이 진행을 알렸다. 이동현 기자 |
5층 응원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배모씨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관중들은 경기를 보고 경찰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며 "경찰이 잠시 빠졌길래 범인을 잡았나 했더니 순찰이 계속됐다. 특히 어린 아들과 함께 왔는데 긴장하면서 경기를 보고 있다. 더운 날씨에 사소한 장난으로 많은 경찰력이 동원되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이모씨(여·34)씨는 "특이한 복장의 남자분이 뒤편에 앉았는데 수상해 보여서 다른 자리로 옮겨왔다. 다중밀집시설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긴장감에 경기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가 끝난 후 전광판에는 이날 예정됐던 '대프리카 콘서트' 공연이 취소됐다는 안내가 송출됐다. 불꽃놀이는 취소되지 않았지만, 조명탑 암전 없이 진행돼 관중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삼성라이온즈는 8월 한 달 간 홈경기 때마다 콘서트·불꽃놀이 등이 포함된 '대프리카 바캉스'를 진행해 왔다.
내야응원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최예원(27·대구 수성구)씨는 "경기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다보니 경찰들이 있어 직접 이유를 물어보니 칼부림 예고글 때문인 걸 알게 됐다. 3~4회가 지날 때까지는 계속 불안해 주변을 살폈다"며 "그래도 경기 마지막까지 경찰이 자리를 지켜 안심됐다. 이후 경기들도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한 관람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6일 오전 11시에는 전날 '칼부림 예고글' 게시자와 동일한 닉네임의 게시자가 재차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글 게시자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으며, 오후 5시 열리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대구경찰은 이날 열리는 경기에 김영수 수성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을 지휘하는 한편, 형사·기동대 등 경력 100여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층 강화된 야구장 자체 경비·방호를 요청하고 관중 입장 시 '금속탐지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글 작성은 외국 IP주소로 확인되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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