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기사 "내려야 한다"는 승객에 "왜 이제 얘기하느냐"며 역정

  • 이승엽,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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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4  |  수정 2023-11-13 20:48  |  발행일 2023-11-14 제5면
불친절한 시내버스…무정차통과 등 악습 여전
지난해 불편민원 3천506건, 이전해 대비 10%↑
과징금 이상 처분 4% 불과, 약한 처벌 지적도
대구시, 인센터브 차등 지급 등 자발적 개선 유도
대구 시내버스 기사 내려야 한다는 승객에 왜 이제 얘기하느냐며 역정
시내버스들이 29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반월당 네거리 방향으로 줄지어 지나가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1. 직장인 A씨는 최근 시내버스를 탔다가 낭패를 겪었다. 교통카드가 인식되지 않자 당황한 나머지 버스기사에 도움을 청한 게 화근이었다. 버스기사는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내가 안 되게 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버럭 화를 냈고, 말문이 막힌 A씨가 '그럼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겠다'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A씨는 "물론 기사가 해결해 줄 상황은 아니었지만, 너무 불친절하고 딱딱한 태도에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2. 고등학생 B군은 최근 시내버스를 탔다가 학교에 지각했다. 만원 승객을 비집고 B군이 내리려는 찰나 버스 문이 닫혔고, 큰소리로 외쳤지만, 응답은 없었다. 결국 다른 손님까지 합세해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자, 버스기사는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버스 문은 다음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끝내 열리지 않았다. B군은 "애초에 만원 버스면 승객이 내리는 상황을 지켜보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쾌해했다. 

 

대구 시내버스가 수 십년 간 덧입혀진 불친절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불친절·승차 거부·무정차 통과 등의 악습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전면적인 쇄신이 요구된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불편신고는 총 3천506건이었다. 전년 3천189건보다 9.9%(317건)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9월 기준 불편 민원이 3천144건 접수돼 지난해 전체 민원의 90% 수준에 육박했다. 

 

민원 중 가장 많았던 것은 '무정차 통과'였다. 지난해 무정차 통과 관련 민원은 1천46건을 기록해 전년(919건) 대비 13.8% 증가했다. '불친절' 민원도 1천32건으로, 이전해(930건)보다 10.9% 늘었다. 이어 운행 시간 미준수(360건), 승차 거부(92건) 등이었다. 

 

해묵은 시내버스 불친절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로 약한 처벌이 꼽힌다. 시내버스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각 구·군에서는 경중을 따져 '시정' '경고' '과징금(10만원)' '과태료(10만~20만원)' 등의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불친절의 경우 처벌에 관한 법적근거가 없는 데다 사실관계 확인의 어려움 등으로 대부분 경징계(시정, 경고)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해 시에 접수된 3천506건의 민원 중 기사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주어지는 과태료 이상 처분은 전체(3천506건)의 4% 수준인 155건에 불과했다. 전체 민원의 절반 이상인 1천888건이 '민원내용 사실과 불일치' 등으로 '불문' 처리됐다. 

 

대구시는 업계 불친절 문화 근절을 위해 업체별 서비스 평가에서 운수종사자 친절도를 총 배점의 30% 이상 배정했다. 친절도 상위 15개 업체에 인센티브 차등 지급 등을 통해 업계의 자발적 친절도 향상 및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운수종사자 대상으로 친절 마인드 함양 교육을 실시하고, 시내버스 모니터링단 운영 등을 통해 친절도 시민평가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친절기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한편, 친절기사에는 선진지 견학 기회를 부여하는 등 운수종사자의 복지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재원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불편민원 증가는 코로나 일상 회복에 따른 이용객 증가와 연관성이 많다”며 “운수종사자들의 친절도 향상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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