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IT·방산·반도체 장착…신공항 중심 복합도시 탈바꿈 사활

  • 박용기
  • |
  • 입력 2024-01-31 07:42  |  수정 2024-01-31 07:42  |  발행일 2024-01-31 제11면
'성장통' 겪는 구미경제 돌파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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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구미시 제공>

지난해 첨단반도체 특화단지,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로 경제 회복의 동력을 마련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미산단 수출실적은 7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치면서 최근 10년간 입주업체는 700곳이나 늘었으나 고용인원은 1만6천여 명 줄었다. 자동화, 무인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섬유·전기·전자 업종이 반도체·방산·로봇과 같은 첨단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성장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미산단 1단지 곳곳에는 공장 매매와 임대를 희망하는 현수막과 스티커가 붙어있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결성된 구미시 비상경제대책 TF(태스크포스) 5개 대책반은 그해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 보고회를 가졌으나 가시적 성과가 없자 구미 기업체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미지역 경제는 수출 부진, 전국 최고 실업률, 2년 연속 기준치 이하 경기 전망 등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에 구미경제의 현 실태 파악과 장기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작년 249억6천300만 달러
수출 2016년 수준 떨어져
최근 10년 산단 입주기업
700여 개나 늘어났지만
고용 1만7천명 가량 감소

신공항 배후 신도시 조성
항공전자 산업 육성 위해
올해 안 연구용역 마무리
로드맵 본격적으로 수립

공항 연계 산업수요 대응
일반산업단지 추가 조성
혁신 강소기업 육성 전략


환영현수막
지난해 7월 첨단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환영하는 현수막 <영남일보 DB〉

◆우울한 기업 경기 전망

구미세관이 집계한 2023년 수출실적은 249억6천300만달러로 2016년(247억6천7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최근 10년간 구미산단 수출실적은 2014년 325억200만달러에서 2015년 273억2천만달러로 떨어진 후, 2017년 283억1천800만달러로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8년 258억7천900만달러로 다시 하락했다. 이듬해에는 232억5천500만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2020년 247억1천300만달러, 2021년 296억4천200만달러, 2022년 298억4천400만달러로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지난해, 수출실적이 다시 곤두박질치면서 구미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지역 1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1·4분기 기업경기전망치는 75이다. 2022년 1분기 이후 2년 연속 기준치(100)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 조사대상 기업 중 지난해 4분기보다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개사뿐이었다. 악화는 35개사, 변화 없음은 57개사로 나타났다.

심규정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기업 유치팀장은 "국가산단 5단지 2단계 지역의 입주업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유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방산 혁신클러스터와 반도체특화단지 사업을 활용한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여기에 기회발전특구를 유치해 구미 경제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현수막
구미국가산업단지 곳곳에 있는 매매 및 임대 현수막. <박용기기자>

◆입주기업은 증가, 고용은 되레 감소

2013년 이후 10년 사이 구미산단 입주기업은 710개사가 증가했다. 2014년 1천989개사였던 구미산단 입주업체는 2023년 2천699개사(11월 기준)로 늘어났다. 반면 고용인원은 2014년 9만6천543명에서 2023년 11월 7만9천547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700개 넘은 회사가 구미에 안착했으나 일자리는 거꾸로 1만6천996명이 줄어든 것이다. 생산 자동화에 따른 무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구미산단의 저조한 가동률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구미산단의 지난해 11월 기준 공장 가동률은 66.5%로 전국 평균 83.5%보다 한참 아래이다. 최근 10년간 구미국가산단 가동률은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2017·2018년은 각각 59%·56.7%의 가동률을 보여 수치상 공장 절반가량이 가동을 멈춘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삼성·LG 등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미산단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대기업의 수도권과 해외 이전이 하도급 중심의 중소업체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했다. KTX 정차, 교통, 교육, 의료, 문화 등 정주 여건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에서 구미시 실업률은 전국 9개 도 154개 시·군 중 최고인 4.6%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9개 도 시지역 평균 실업률 2.7%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조선업 장기침체로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된 경남 거제시(4.3%)보다 높다.

◆신공항과 공항복합도시 건설에 기대

구미시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로 '신공항 경제권 중심도시'로 우뚝 설 기회를 잡았다. 신공항 배후 신도시 조성과 물류 인프라 구축, 미래 모빌리티 등 항공전자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다양한 연구용역을 올해 안에 마치고 본격적인 로드맵도 세울 방침이다.

신공항은 구미국가산단과 직선거리로 10㎞ 내외에 위치해 내륙 최대 국가산단인 구미산단의 획기적인 물류체계 개선과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발생할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공항 개항으로 구미산단 입주기업의 물류비 절감은 물론 신성장산업과 기업투자 유치도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IT·방산·반도체 등 첨단산업 집적화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기존 산업에 항공 소재·부품·장비 산업 추가, AI 로봇 시대, 스마트 농업 기반 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역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와 경북도는 신공항을 전폭 지원할 수 있는 신공항 중심 복합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5개 국가산단과 다양한 기술적 인프라 활용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공항 복합지원도시로의 기능체계 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공항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교통 입지에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 등 경제특구 지정, 외국인 투자와 유턴기업 정착, 첨단기업의 투자 확대,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 혁신클러스터 지정을 발판삼은 첨단 R&D(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은 구미 경제성장의 무한한 동력원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내외 우수 연구인력과 학생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구미시는 신공항 배후단지의 신규 주택 수요에 대비한 첨단 IT 기반 스마트 주거단지 조성으로 유입 인구 정착을 유도하고, 국제학교 유치, 복합테마파크, 비즈니스 건강관리 병원 유치 등 글로벌 수준의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서 기업인, 근로자를 포함한 41만 구미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구미시는 이미 신공항과 연계한 산업 수요에 대응해 '일반산업단지'를 추가 조성해 제조,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기업 유치와 창업 전주기 지원을 통한 혁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최고 수준의 '구미형 Tip Top 스타트업' 집중 육성과 성장 지원, 구미산단 허리 기업의 성장 레벨 업 1+1 지원, 2차전지 육성 거점센터 조기 정착 등으로 제조업의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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