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건강하게 해주세요" 활활 타는 달집 보러 3만명 몰렸다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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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5 14:27  |  수정 2024-02-25 18:23  |  발행일 2024-02-26 제2면
24일 북구 산격동 일원서 달집태우기 행사
3만 인파 몰려, 소원지 5천장 순식간 동나
가족 건강 및 무사 안녕 기원
달집태우기
정월대보름인 지난 24일 대구 북구 산격대교 일원에서 열린 '2024 금호강 정월대보름 축제'에서 대구 최대 규모의 달집이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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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대구 북구 산격대교 하부 일원에서 열린 '2024 금호강 정월대보름 축제'에서 관람객들이 달집을 바라보며 강강수월래 놀이를 하고 있다.

"갑진년에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정월대보름인 지난 24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대교 하부 일원. '2024 금호강 정월대보름 축제'가 열린 이곳은 대구에서 가장 큰 달집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비록 흐린 날씨에 두 눈으로 갑진년 첫 보름달은 볼 수 없었지만, 대다수 시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구는 이날 축제에 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올해 바라는 일을 소원지에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높이 13m, 너비 10m의 거대한 달집은 이내 시민들이 붙인 소원지로 가득 채워졌다.

최재훈(28·침산동)씨는 "얼마 전부터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아버지가 부디 올해 건강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소원지에 적었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우경(38·관문동)씨는 "가족의 건강과 함께 사업이 잘 되게 해 달라고 적었다. 개인적으로는 로또 1등에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축제 현장에선 일찌감치 풍물놀이와 민속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어묵과 막걸리 등을 나눠주는 세시음식 부스는 행사 내내 긴 줄이 이어졌다. 몰려든 인파에 소원지 5천 장도 금세 동이 났다. 소원지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도 있었다.

먹거리 부스에도 구름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뜨뜻한 국밥과 떡볶이, 배추전 등으로 추위와 굶주린 배를 달랬다. 부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도 투호놀이, 고리 던지기, 사방치기, 연날리기 등 평소 해보지 못한 전통놀이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달집태우기 행사였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고자 치열한 자리 싸움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점화 2시간 전부터 행사장 인근과 둔치에 하나둘씩 자리를 폈다. 오후 6시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너도나도 달집 앞으로 모여들었다. 기원제가 시작됐고, 풍물놀이가 현장을 돌며 분위기를 돋웠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라인로켓을 타고 내려온 불길이 달집으로 향하자 객석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불길은 이내 달집 전체로 치솟았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묵은해의 액운도 함께 하늘로 날려 보냈다.

신정희(66·복현동)씨는 "지난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마음을 힘들게 했던 번뇌도 함께 날려 보냈다. 갑진년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추운 날씨에 금호강 정월대보름 축제에 오신 주민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커다란 달집만큼 큰 꿈과 타오르는 달집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갑진년 한해를 채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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