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까지 포함됐지만…여전히 요원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 이승엽,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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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20:12  |  수정 2024-02-29 07:14  |  발행일 2024-02-29 제3면
2020년 건립 추진위 발족, 논의 본격화
후보지 부적합 판정에 사업 제동
구국운동기념관으로 선회, 계성중 부지 낙점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대구는 항일 운동을 상징하는 도시다.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는 123명으로, 부산(82명)·인천(24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1925년 일제 강점기 당시 인구 비율로 살펴보면 대구는 481명당 1명이 독립운동을 했다. 이는 서울(802명당 1명)의 1.6배, 부산(1천461명당 1명)의 3배에 이른다. 당시 전국 3대 형무소 중 하나인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는 216명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195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대구에는 이들을 기리는 변변한 기념 시설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해, 양산, 안동 등 중소도시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건립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되면 100년 전 대구에서 일어난 국난극복의 정신을 알리고,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구에서 독립운동기념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건 2020년이다. 대한광복회와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등을 중심으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두 차례나 무기 선고를 받았던 백산 우재룡 지사의 장남 우대현씨가 동구 용수동 소재 땅 4만7천㎡를 기증하면서 기념관 건립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기인 대회·학술대회 등 추가적인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듬해 대구시는 '대구독립운동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했다. 기념관 건립은 지역 독립운동 역사의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필요성을 인정받았지만, 후보 지역이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의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해당 부지(동구 용수동 일원)는 보전녹지지역 및 자연환경 보존지역이어서 건축 행위를 할 경우 토지용도 변경이 필요하고, 급경사 지역이라 대규모 대지 평탄화, 배수 작업이 수반돼야 하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도심과 떨어진 외곽지역이어서 접근성 문제도 지적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인수위원회 110대 정책과제에 포함되며 되살아났다.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지방 정책의 일환으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최대 2천500억원까지 예상되는 이 사업에 국·시비 비율에서 정부와 대구시 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선 8기 들어 대구시는 동력을 잃은 독립운동기념관에다 6·25전쟁, 산업화 유공 등을 더한 '구국운동기념관'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산 확보에서 독립운동기념관 건립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3월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구국운동기념관 건립을 건의한 바 있다. 부지는 서문시장 인근 계성중학교로 낙점했다. 대구시는 계성중 부지 지하를 서문시장 이용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지상은 대구형무소 역사관 등을 포함한 구국운동기념관을 건립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계성중은 지역 3·1 만세 운동의 시작점인 서문시장과 연접하고, 3·1 운동 만세길과도 가깝다. 올해 용역비로 국비 3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김의철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항일 운동만 다루는 독립운동기념관보다는 6·25 전쟁, 산업화 등 근현대사를 넘나드는 구국운동기념관을 건립하는 게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용역 결과에 따라 내년 예산 확보까지 마치면 사업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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