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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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0 08:04  |  수정 2024-04-10 08:05  |  발행일 2024-04-10 제15면

이웅찬
이웅찬<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올해는 바야흐로 선거의 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선거 열기가 뜨겁지만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도, 인도 총선도, 유럽 의회 선거도 올해 치러진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선거는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다. 어떤 측면에선 국회의원 선거보다도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세상의 통념은 첫째, 트럼프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서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트럼프가 대권을 잡으면 미국 경제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필자는 두 가지 통념이 모두 깨지는 것을 올 미국 대통령 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미국 전국적으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앞서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들이 트럼프 지지세로 많이 돌아섰다. 그러나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제도적 특성상 표심이 움직이는 지역인 스윙 스테이트 6곳 중 절반 이상을 가져가면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주요 스윙 스테이트의 지지율은 거의 비슷해졌거나 일부 여론조사는 바이든의 우위를 가리키고 있다. 1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시작한 트럼프의 경선 승리는 3월 슈퍼 튜즈데이(Super Tuesday)에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역설적으로 승전보가 끊기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부터는 정책 싸움이고, 현실을 고쳐 나갈 수 있는 힘은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에게 있다. 당선 확률은 이제 반반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2016년 당선 후 미국 경제와 증시를 이끌었던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도 이제는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경제와 증시가 좋았던 이유는 일부는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 때문이고 또 다른 일부는 강력한 재정정책과 법인세 감세 때문이다. 괜찮아 보였던 리쇼어링 정책은 바이든이 더 철저하게 베껴 IRA정책으로 재탄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은 이제 감세는커녕 증세를 고민해야 할 단계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2016년에 제시한 경제정책 비전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정답이 아닐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어떨까? 우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버거운 존재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한편으론 한국의 장기 경쟁력을 올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 속에 한국 경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생각하면 좋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미국에 진출한 2차전지 기업의 보조금 지원 중단도 걱정이고 대미 무역 흑자를 지적할 것도 우려스럽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빨리 종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 역시 우리에겐 호재가 아닐 수 있다. 러시아가 휴전한 다음에는 바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걱정스러운 선거의 해다.
이웅찬<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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