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르면 우린 죽는다' 고물가 여파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의 절규

  • 이지영,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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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7 18:36  |  수정 2024-04-18 08:37  |  발행일 2024-04-18
2만2천원 하던 식용유 6만원까지 치솟아
재룟값 올라 마진율 '뚝'…하루 순수익 5만원
솔밭생수식당
자꾸나면 치솟는 물가로 자영업자들이 요즘 큰 고통을 받고 있다. 17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반찬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만2천원하던 식용류 가격이 지금 6만원을 넘었어요. 손님이 끊길까 봐 가격도 못 올리고 요즘 죽을 맛입니다."


대구 중구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의 하루 순수익은 5만원. 그나마 주말엔 매출이 2배로 뛴다. 그래도 손에 남는 건 10만원 안팎이다. 손님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7일 점심때 박씨 가게를 찾은 손님은 줄잡아 30명이 넘는다. 박씨는 "물가가 오른 품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양파, 대파, 양배추, 식용유, 설탕 안 오른 게 없다. 어떤 메뉴는 많이 팔수록 오히려 마이너스다"면서 "적자를 봐도 많이 팔고 싶은데, 그게 제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달성군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최근 눈물을 머금고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알바생이 나가면서 김씨는 매일 오전 9시~밤 10시까지 꼬박 13시간을 혼자 일한다. 김씨는 "생두값이 최소 30% 올랐지만, 인근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어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매출도 떨어져 고민 끝에 알바생을 내보냈다 "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물가에 요즘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채소와 가공식품을 함께 사용하는 음식점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식당에서 주로 쓰이는 채소류 가격을 지난해와 비교해 본 결과, 대부분 10%이상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소매 판매가격을 보면 대구지역의 이달(4월)양배추 1포기 가격은 5천72원이다.1년 전(3천923원)보다 29.3%나 뛰었다. 청양고추 100g은 1천49원→1천247원(15.9%), 양파 1㎏은 2천613→2천888원(10.5%), 당근 1㎏은 4천815원→5천543원 (11% )뛰었다.


가공식품의 실구매가격도 1년 새 6% 올랐다. 기호식품보다는 식용류, 설탕 등 필수 식재료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5개 폼목이 지난해 동기보다 상승했다. 전체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6.1%, 오른 품목(25개)은 9.1%다. 가공식품 중 식용유(49.8%), 설탕(27.7%), 된장(17.4%), 카레(16.3%), 우유(13.2%) 등이 크게 올랐다.
채소와 가공식품이 오르면서 식당 업주은 순이익이 확 줄었다. 박씨의 경우 1만원짜리 크림짬뽕을 한 그릇 팔면 마진이 3천500~3천원이었지만, 최근엔 1천원 밑으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임대료, 전기료 등을 제하면 1인분을 팔았을 때 박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작 동전 몇 개다. 박씨는 "얼마 전 인근에 한 가게주인이 밀린 월세, 외상값을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했다. 권리금 5천만원도 포기하고 도망갔다"며 "물가 상승폭을 보면 버텨서 될 문제가 아니다"고 혀를 찼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선 '전국 식당가가 눈치게임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깐 사장이다'의 한 회원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올리는 건 받아들이고 우리가 가격 올리면 비싸다고 비난한다"며 "이러니 자영업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공감 댓글이 넘쳐났다.


대구 요식업계에선 하반기엔 많은 음식점에서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신호범 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처장은 "그간 경기가 워낙 어려워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전기, 가스요금이 오르면 그땐 어쩔수 없이 가격을 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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