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구본길과 이승용 감독. <이승용 감독 제공> |
제98회 전국체육대회 펜싱 남자고등부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오성고 선수와 코치진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용 감독, 나하준 코치, 이진우, 도경동, 김지원, 성현모 선수. 영남일보 DB |
대구 오성고 출신 선배와 후배인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이 2024 파리 올림픽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함께 올랐다.
이들을 지도한 오성고 이승용 감독은 떨리는 마음으로 결승전을 지켜봤다. 이 감독은 "경동이가 나왔을 때 떨렸다. 신체 조건 등 다 좋은 데 시합을 안 하다 보면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근데 바로 5-0으로 이기니 속이 시원하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구본길과 도경동은 10살 차이가 난다. 학창 시절 도경동에게 구본길은 대스타였다. 이 감독은 "명절 때 본길에게 안부 전화가 오면 옆에 있던 경동이가 깜짝 놀랐다"면서 "경동이에게 (그냥) 사람이다. 열심히 하면 구본길만큼 할 수 있다. 그러면 경동이가 남아서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도경동과 구본길이 한 무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도경동은 파리로 향하기 전 이 감독에게 "기회가 생긴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경동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이 감독은 "경동이는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 신체 조건이 좋다. 공격 동작도 상당히 좋다"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키가 180㎝ 이상 크면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구본길에 대해서는 '판단력'이 굉장히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펜싱을 시작할 때 6개월 넘게 기본기만 시켰다. 경기에서 똑같은 공격을 받고 재차 당하는 일이 잘 없다. 순간순간 판단력이 아주 빠르다"면서 "런지도 상당히 길다. 상대방을 속여 떨어뜨리고 빠졌다가 다시 하는 공격 동작도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전폭적인 지원'이었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그는 "SK텔레콤이나 대한체육회 등에서 많이 도와주고 지원해주니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경동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금메달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간은 더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본길이는 몸 관리 잘하고 후배들이 가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끝날 때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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