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 시국에 철도까지" 철도파업 첫날, 동대구역 시민 발 동동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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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5  |  수정 2024-12-05 14:52  |  발행일 2024-12-06 제10면
철도노조,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동대구역 KTX, 새마을 등 열차 취소 속출

발 묶인 시민들, 파업 안내 부족 목소리도

코레일 "출근 시간대 혼선 최소화할 것"
[르포] 이 시국에 철도까지 철도파업 첫날, 동대구역 시민 발 동동
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5일 오전 9시 30분쯤 서대구역 역사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르포] 이 시국에 철도까지 철도파업 첫날, 동대구역 시민 발 동동
5일 오전 9시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 시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광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르포] 이 시국에 철도까지 철도파업 첫날, 동대구역 시민 발 동동
5일 오전 9시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 내 설치된 전광판에는 파업 여파로 운행 취소를 의미하는 붉은 글씨가 가득했다.

5일 오전 9시쯤 동대구역. 다수 시민은 팔짱을 낀 채 하염없이 전광판만 들여다봤다. 전광판은 열차 운행 취소를 의미하는 붉은색 글씨(Canceled)로 가득했다. 뒤늦게 전광판을 본 시민이 누군가에게 다급히 연락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인을 보러 대구에 왔다는 최영욱(75·경기 하남시)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이 시국에 철도까지 이러니 너무 당황스럽다. 연말이라 이동도 많고, 다들 바쁘고 어려운 상황에 이게 무슨 사태인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이날, 적잖은 시민이 열차 취소와 지연으로 불편을 겪었다.

동대구역 안내데스크엔 열차 취소 여부를 확인하려는 승객들이 줄을 이었다. 매표소 입구도 취소된 열차의 대체편을 구하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동대구역에선 이날 하루만 KTX 53편과 새마을호 17편, 무궁화 누리호 27대가 운행취소됐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다수 시민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고3 수험생 박모(18·경산)군은 "대학교 실기 시험을 보러 서울로 가는 길이다. 파업 때문에 시간을 훨씬 앞당겨 예매한 탓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예지(27·부산 북구)씨는 "매진 속도가 평소보다 빠른 것 같다. 어제 저녁엔 표가 많았는데, 아침이 되니 다 매진됐다"며 "파업에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많다"고 했다.

파업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동대구역 전광판에는 파업 문구가 보이지 않았고, 취소와 연기 안내만 게재됐다. 승객이 많이 몰리는 역내 광장에도 A4 용지 크기의 파업 안내문을 붙여놓은 게 전부였다. 김영창(60·인천 연수구)씨는 "파업 사실을 열차표를 변경하면서야 알았다. 코레일 측 안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전 9시30분쯤 서대구역에선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오전 10시 11분 진주행 KTX 열차가 21분가량 지연됐다. 권준범(48·달서구)씨는 "역에 도착해서야 열차가 20분 정도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초조하다"며 "지연 소식을 듣고 동대구역으로 가서 열차를 탈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냥 하염없이 열차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를 걱정하는 시민도 많았다. 병원 진료를 위해 서울행 열차를 예매했다는 박희정(여·43)씨는 "어제 저녁 철도노조 파업 소식을 접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열차가 1~2분 지연되는 데 그쳤다"며 "오늘은 별일 없이 넘어갔지만, 만약 파업이 계속되면 다른 교통수단 이용도 고려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광역전철 운행률은 평소의 76% 수준, KTX 운행률은 평소의 67% 수준(SRT 포함 시 75% 수준)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기간에도 출근 시간대에는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혼선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구경모·장태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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