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르포]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슬픔·분노 뒤덮인 무안공항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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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30  |  수정 2024-12-30 17:27  |  발행일 2024-12-31 제3면
참사 하루 뒤 무안공항, 울음·고함 가득

구호텐트 200여개 빼곡, 기약 없는 기다림

희생자 신원 확인 늦어져, 유족 분노

안타까운 사연도 하나 둘 전해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르포]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슬픔·분노 뒤덮인 무안공항
30일 오전 11시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을 위한 구호텐트가 설치돼 있다.

30일 오전 11시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공항 곳곳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와 분노 섞인 고함이 전날의 끔찍한 참상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를 붙잡고 흐느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노부부와 부모를 잃은 아픔에 울부짖는 중년, 연인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한 여성까지 공항은 온통 슬픔과 분노에 잠식당한 상태였다.

지인을 이번 사고로 떠나보낸 남윤철(69·목포시)씨는 "계모임 회원인 1962년생 동생이 사고를 당했다. 지난 20일에도 모임을 갖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황망해했다.

남동생을 잃은 김모(여·40)씨도 "남동생이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 지금 어안이 벙벙하다"며 "귀국한다고 연락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런 참사가 벌어졌지만, 아무도 사과하는 이들이 없다"고 흐느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르포]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슬픔·분노 뒤덮인 무안공항
30일 오전 11시25분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실신한 희생자 유족을 의료진이 후송하고 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일부 유족은 끝내 실신하기도 했다. 뒤늦게 달려온 한 시민은 공항내부 유족 대기실에 마련된 텐트를 보자마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울음을 떠뜨렸다. 공항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공항 1, 2층 대기실은 200여개 구호텐트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희생자 신원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유족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아직 30여명의 희생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시신 훼손이 심한 경우가 많아 사망자 신원 확인이 더뎌진 것. 2평 남짓한 좁은 텐트 안에서 유족들은 기약 없는 소식을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기다림에 지쳐 담요를 덮은 채 새우잠을 자는 유족들 모습도 보였다.

조카 부부를 한순간에 잃은 한모(53)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조카가 와이프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둘 다 사고를 당했다"며 "DNA 검사 중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애가 탄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유족인 김모씨도 "아직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의 유족이 많다고 들었다.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며 "사고난 지 24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희생자 수습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르포]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슬픔·분노 뒤덮인 무안공항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박한신 유족 대표가 기자 브리핑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박한신 유족 대표는 "일부 시신의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 수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정부에서 빨리 인력을 충원해서 내 형제와 가족을 조금이라도 온전한 상태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주길 바란다"며 "합동분향소 위치가 멀다는 지적도 많아 무안공항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해 달라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부탁했다"고 했다.

한편,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도중 공항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79명이 모두 사망했다. 희생자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일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유가족에게 시신이 인도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전남 무안에서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구경모·장태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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