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년들이 기억하는 ‘하늘의 영웅’ …故 박현우 기장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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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8 20:07  |  수정 2025-03-28 20:12  |  발행일 2025-03-28
경북 청년들이 기억하는 ‘하늘의 영웅’ …故 박현우 기장

28일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 찾은 김재현 경북지구청년회의소 회장(가운데)과 회장단, 상무위원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강당.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 앞, 검은색 단체복을 맞춰 입은 청년들이 조용히 줄을 섰다.

경북지구청년회의소 소속 10여 명의 청년들이었다. 김재현 지구회장을 비롯해 홍구화 상임부회장 및 회장단, 상무위원, 경산·포항·봉화·안동 등 각 지역 회장까지.

그들은 헌화하고 묵념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눈을 감고, 다시 고인의 영정을 바라봤다.

영정 속 박현우 기장은 단정한 셔츠에 머플러를 맨 모습이었다. 뿔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온화했고, 백발은 조용한 품격을 더했다.

“박현우 기장님의 이름을,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는 김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조문을 마친 김 회장은 “지역을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배웠다"라며 “기장님이 지킨 것은 산과 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자세였다"고 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 40여 명이 조문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 의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불 대응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부교육감, 국장급 간부, 지역교육장 등 교육계 인사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임 교육감은 “산불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한 고인의 정신을 경북교육 가족 모두가 마음 깊이 새기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40년 넘게 하늘을 누빈 조종사 박현우 기장이 몰던 헬기가 지난 26일, 낮 12시 54분 의성군 신평면의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중 추락했다. 목격자들은 “헬기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민가가 아니라 산 쪽으로 내려갔다"고 증언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추락 위치를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지로 바꿨다. 실제 사고 지점은 대피소로 활용되던 마을회관에서 약 300m, 민가에서는 200m 남짓 떨어져 있었다.

박현우 기장은 공무수행 중 순직으로 예우되며, 경기도 이천 호국원에 안장된다. 장례는 29일 김포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헬기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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