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덮친 재난 속 따뜻한 이웃의 손길 이어져
기업과 기관, 위기 극복 위한 든든한 지원
시민과 연예계가 함께 만든 '희망의 물결'도

김길영 <주>아은 대표가 산불로 급히 대피한 주민들에게 31일 기증하겠다고 밝힌 의류가 든 박스들. <독자제공>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옷 한 벌 챙기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마음까지 담긴 옷을 보내주겠다고 해 정말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화마로 양말 한 켤레도 챙겨 나오지 못한 산불 피해 주민들은 30일 김길영 <주>아은 대표가 의류 260여벌을 31일 주민대피소에 보내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 대표의 작은 마음이 추위와 불안 속에서 떨고 있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사상 최악의 산불은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을 덮쳤다. 하지만 많은 피해 속에서도 개인부터 기업까지 각계각층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즉각 소방 헬기와 차량, 진화 인력을 파견하고 구호 물품 지원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재해구호기금 2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대구와 경북 의사회는 KF94 마스크 3만장, 질병관리청는 N95 마스크 7천장을 보내왔다.
기업들의 통 큰 기부 릴레이 역시 빠르게 펼쳐지고 있다. 애터미가 성금 100억원과 생필품을 기부했고, 삼성(30억원), 현대차·SK·LG·포스코(각 20억원), 롯데·HD현대(각 10억원)가 힘을 보탰다. IT와 금융계도 즉각적인 지원에 나섰다. 네이버, 카카오, 두나무가 각 10억원을 기부했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총 40억원을 쾌척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추가로 10억원을 더 내 놓았다.
피해 현장에는 긴급 생필품과 가전제품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임시 대피소에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고 무상 수리에도 나섰고, 삼성은 생필품 키트 1천개와 천막 600개를 전달했다. 동아제약과 애경산업 또한 의약품과 생활 필수품을 현장에 보내왔다. 유통업계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hy·팔도 윤호중 회장과 우아한형제가 각 3억원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2억원, 도미노피자 5천만원 등을 기부했다. 무신사는 45개 브랜드와 함께 의류 1만5천여 점을 보내왔다.
연예계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가수 정국(BTS)이 10억원을, 안동 출신 영탁을 비롯한 슬기(레드벨벳), 슈가(BTS), 이영지, 차은우가 각 1억원을 기부했다. 백종원 대표는 현장에서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피해 주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있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나섰다. 크라우드펀딩 '위기브'의 모금액이 6억4천만원을 넘어섰고, 행정안전부 고향사랑e음에서도 안동(4억원), 의성(5억원)을 비롯한 피해지역 모금이 계속되고 있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모인 국민성금 553억원을 피해지역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차갑게 식었던 산불 피해 지역의 마음이 많은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다시 온기로 채워지고 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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