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동 헌책방 골목. 운영 중인 헌책방은 해바라기 서점, 코스모스북 두 곳뿐이었다. 조현희기자
70년 역사를 지닌 남산동 헌책방 골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4개의 헌책방이 간신히 명맥을 이어갔지만(영남일보 2023년 5월17일자 보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현재 두 곳만 남아 골목을 지키고 있다. 남은 책방들도 같은 사정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말인 지난 17일 오후 3시에 찾은 대구 중구 남산동 헌책방 골목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1시간동안 골목을 지켜봤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서너명뿐, 서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문을 연 서점은 코스모스북과 해바라기 서점 두 곳이 다였다. 2023년까지 월계서점과 대도서점도 운영됐지만 어려운 사정 탓에 월계서점은 결국 폐업했다. 현재 그 자리는 식당과 부동산중개소로 바뀌어 있었다. 대도서점은 간판만 있을뿐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남산동 주민 최윤석(55)씨는 "근래 1년 동안 (대도서점이) 문을 연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 헌책방 골목에 위치한 대도서점. 간판만 있을뿐 문을 열지 않았다. 조현희기자
남산동 헌책방 골목은 6·25전쟁 직후 서점들이 들어서면서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24곳이 운영됐는데, 좌판까지 합치면 50곳이 넘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의 가세와 온라인 서점의 성장으로 점차 쇠퇴하고 현재 존폐 기로에 섰다. 코스모스북 직원은 "온라인 판매로 겨우 버티는 중"이라며 "오프라인으로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갈수록 위기"라고 말했다. 해바라기 서점 주인도 요즘 어떻냐는 질문에 "책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퉁명스럽게 답할 뿐이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19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남산동 헌책방 골목과 관련해 따로 추진 중인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의 한 서점 관계자는 "70년 역사를 가진 남산동 헌책방 골목이 사라진다는 건 대구의 문화적 자산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며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처럼 골목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