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산업공대위가 15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때 국가 기간산업의 상징이자 포항경제의 심장이었던 철강산업이 급속히 위축되자 시민·노동·정치권이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행동에 나섰다.
'포항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이하 철강산업공대위)는 15일 포항시청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포항 철강산업이 무너진다면 지역도 사라진다"며 정부, 지자체, 의회, 정치권 등의 실질적인 대책 제시를 요구했다.
철강산업공대위는 "지역 기업의 잇따른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인구 유출의 악순환으로 포항은 산업 붕괴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위기에도 정부와 포항시, 시의회, 지역 정치권은 실질적 대책 없이 기업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방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포항철강산업단지 입주기업 342곳 중 39곳이 가동을 멈췄고, 32곳은 휴·폐업 상태에 놓였다. 2014년 대비 고용 인원은 2천650명(16.4%) 줄었고 생산과 수출도 9% 이상 감소했다. 인구는 2020년 51만3천명에서 올해 6월 49만1천명으로 급감하며 지역 소멸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또한,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3월 희망퇴직과 전배로 237명을 감축한 데 이어, 6월 포항2공장 무기한 휴업과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을 통보했다. 이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명동 철강산업공대위 대표는 "여야·노사·시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모두가 지역 생존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늦었지만 정확한 진단과 대응으로 산업 생태계 붕괴와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무근 민주노총 포항지부장은 구조적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산 저가 철강의 덤핑 공세,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국경조정제 도입,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가 복합 악재로 작용했다"며 "정부가 기업 이해관계만 따지다 대응이 늦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포스코·현대제철 같은 기간산업이 고사되면 지역경제는 심장마비와 같다"며 국회와 정부의 즉각적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동기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장은 구체적 현장 피해를 호소했다. "포항2공장은 30년 전 고철 설비로 세운 공장이지만 지역 일자리의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데 회사는 당진·인천에 투자하며 포항은 매각하겠다고만 한다"며 "중기부 매각 대금만이라도 지역에 재투자하라. 외면한다면 생존권 사수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철강산업공대위는 정부와 국회에 ▲철강산업 지원법 제정 ▲철강 기업 고용·구조조정 실태조사 및 공개 ▲노동자·시민 참여형 지역대책위 구성 ▲철강 대기업의 실질적 투자계획 발표를 요구했다.
이번 공동대책위에는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포항지부, 금속노조, 여성회 등 지역 시민·노동단체와 민주당·진보당·정의당 등이 참여했다.
향후 철강산업공대위는 기자회견과 대정부 촉구 행동, 지역 공청회 등 다각적 활동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글·사진=김기태기자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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