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기업] “3대째 이어온 섬유명가, 이젠 나이키와 함께 세계로”…<주>지로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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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17:32  |  발행일 2025-08-14
의류폐기물 활용 업사이클링 대구 기업
글로벌브랜드 나이키 공식벤더…특수원사 공급
자투리 원단 분해해 나이키 로고 단 장갑 제작
일본 3대 편의점 입점…매출 매년 100% 성장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주>지로에서 이영준 대표가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주>지로에서 이영준 대표가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그중에서도 러닝화 '플라이니트(Flyknit)' 시리즈는 초경량화와 소재 혁명을 모두 이뤄낸 '나이키 혁신'의 결정체로 꼽힌다. 이런 나이키의 소재 혁명에 한 축을 담당하는 업체가 대구에 있다. 바로 3대(代)째 내려오는 섬유명가 <주>지로 이야기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가운데 둥지를 튼 지로는 2023년 설립된 신생 섬유업체다. 업력은 불과 2년이지만, 할아버지부터 3대째 섬유업에 종사하며 쌓아온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 지로의 젊은 CEO 이영준(28) 대표는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에 원사(섬유를 꼬거나 엮어서 만든 연속적인 가닥)를 공급한 수출 역군 아버지에게서 무역 DNA 및 경영 능력을 전수 받았다. 이 대표의 할아버지는 목장갑이 풀리는 걸 방지하는 특수 원사를 제작해 전국 400여개 업체에 독점 공급한 '장갑 왕'이다. 전통과 젊은 감각을 모두 갖춘 이 대표의 행보를 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지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공식 협력 파트너다. 나이키의 플라이니트 프로젝트에 원사를 납품하는 '티어3 벤더'로 공식 등록돼 있다. 대구 기업 중 나이키 공식 벤더는 지로뿐이다. 이 대표는 매년 두 번씩 미국 나이키 본사에서 자사 신제품을 설명할 기회를 갖는다.


나이키가 신생 업체 지로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품 제작에 좋은 원사는 30~45㎜ 정도 길이에 원사마다 일정한 길이를 갖춰야 한다. 지로의 원사는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반면, 중국·베트남 등 경쟁 업체들의 원사는 15~20㎜에 그칠 뿐만 아니라 길이도 들쭉날쭉하다. 퀄리티 차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이름도 생소한 지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나이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지속가능성'에서도 지로의 기술력은 빛난다. 나이키 신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 등 산업 폐기물은 지로의 기술력을 통해 작업 장갑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라는 순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지로의 장갑에는 이 나이키 그라인드 마크가 붙어 있다. 콧대 높은 나이키가 자사 로고를 쓰도록 허락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신생 브랜드임에도 나이키 파워에 힘입어 지로의 장갑은 국내는 물론, 일본 세븐일레븐·로손·패밀리마트 등 대형 편의점에 모두 입점한 상태다.


기술력이 워낙 좋다 보니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향후 지로가 노리는 시장은 워크웨어 유니폼 사업이다.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은 현장 직원들에게 매년 최소 두 벌씩 유니폼을 제공하는데, 새 옷을 지급할 때마다 헌 옷은 폐기해야 한다. 지로는 이 폐기물을 장갑 혹은 원사로 둔갑시키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입장으로서도 버려지는 자체 쓰레기를 선순환하는 ESG 경영을 실현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라는 게 지로의 설명이다. 매출도 매년 성장해 지난해 15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20억원)에 이미 초과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100% 성장한 30억원이다.


이영준 지로 대표는 "나이키와는 협력관계가 공고히 구축돼 앞으로도 더 많은 협업이 예상된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러브콜올 보내오고 있다"면서 "섬유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 살 길은 있다. 기회를 잡으려면 혁신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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