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네이밍과 ‘마스가’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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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9 07:50  |  발행일 2025-08-19

네이밍의 성공적 사례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 있다. 애플이다. 과일을 기업 명칭으로 사용한 것부터 창발적이다. 애플만큼 간명하고 뇌리에 콕콕 박히는 기업 이름이 또 있을까.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i 시리즈도 애플만의 시그니처다. i에는 인터넷(internet), 알림(inform), 영감(inspire) 등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한다. 애플의 IT 신화 창조엔 기업 및 제품 네이밍이 한몫했을 법하다.


요즘은 정책과 프로젝트도 네이밍을 중시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감세안을 포함한 초대형 법안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명명했는데, 네이밍이 영 신통찮다. 너무 길어 너절하고 내용도 아름답지 않은 대목이 많다. 바이든 정부 때의 인플레 감축법(IRA)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과 동떨어진 내용이란 핀잔을 받았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동맹 현대화'는 네이밍이 제법 그럴싸하다. 동맹 현대화 담론은 안보 환경이 달라지면 동맹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경우 한국군은 대북 방어에, 주한미군은 대(對)중국 견제로 무게 추를 달리하자는 게 미국의 속내다.


한미 관세협상의 백미 마스가(MASGA)는 맞춤형 수작(秀作)이다.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트럼프가 신줏단지처럼 떠받드는 주문(呪文) MAGA의 조선업 버전인 셈이다. 폭망한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MASGA로 담아냈으니 트럼프가 꽂힐 만했다. 네이밍의 힘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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