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10시 55분쯤 경북 청도군 경부선 남성현역에서 청도역 사이를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안전점검하던 작업자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19일 오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선로를 조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9일 오후 2시30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철도 사고 현장(경부선). 급히 사고 수습이 끝난 철로 일대엔 긴장감과 아쉬움이 감돌았다. 무궁화호가 한동안 멈췄던 자리엔 안전모를 쓴 관계자들이 쉴새없이 오가며 현장을 훑었다. 국가철도공단·코레일·고용노동부·철도경찰 등은 사고 원인 파악에 집중했다. 일부는 손에 신호기를 쥔 채 혹시 모를 2차 사고에 대비해 철로 옆을 지켰다.
사고는 이날 오전 10시52분쯤 발생했다.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점검 작업자 7명을 덮쳤다. 2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최근 폭우로 인한 선로 주변 비탈면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이다. 대부분 구조물 안전점검 전문업체 소속이며 1명은 코레일 직원이었다.
현장 곳곳에선 이 사고를 '인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인근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 근처에 있던 김모(70)씨는 "열차 사고라고 해서 당연히 열차끼리 부딪힌 줄 알았다. 요즘 세상에 열차가 사람을 치는 일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며 "결국 신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열차가 경적을 울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 최모(67)씨는 "사람이 작업 중인데 열차가 그대로 지나갔다니 당최 이해가 안간다"며 "매일 수십대 열차가 오가는 선로인데, 도대체 안전조치가 얼마나 미흡했길래"라고 꼬집었다.
사고 조사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소방, 경찰 등은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집중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선로 위를 걷던 중 뒤에서 달려오던 열차에 그대로 부딪힌 것 같다"며 "사고 열차는 운행 소리가 크지 않은 전기 열차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열차가 도착한 진주역에서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사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현장 책임자 등이 철도안전법상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했다.
조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장에 있던 한국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측에 확인 결과, 현장만으로는 당시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현재 중경상을 입은 상태여서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이다"고 했다.
한편,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0년 이후 국내 철도 안전사고(인명 피해 사고) 중 '경부선' 관련 작업자 인명 피해 사고 사례만 수건에 달했다.
지난해 6월20일 경부선 구로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화물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엔 3월18일 경부선 신도림역~영등포역 선로에서 코레일 소속 직원 2명이 선로 점검 작업 중 열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다. 2020년 12월30일 새벽 경부선 천안역 인근에선 선로 작업 중이던 굴착기와 화물열차가 부딪혀 작업원 2명이 사망했다. 2019년엔 10월22일 오전 10시쯤 경부선 밀양역 인근에서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작업원들이 열차에 치었다. 당시 열차에서 작업원들을 발견해 기적을 울리고, 비상제동을 했지만 결국 1명 사망, 2명 중상이란 인명피해가 났다.

최시웅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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