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홍기자
안동 예안면 도촌리와 영양 청기면 청기리. 불과 35분 남짓 거리의 두 마을은 요즘 같은 인물 하나로 묶이고 있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하지만 두 공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도촌리의 생가터는 텅 빈 터에 불과한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청기리 외갓집 '서촌댁'은 세월에 묻혀 있지만, 민간단체의 표지석 설치를 계기로 관광객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도촌리 생가터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허전함이었다. 대통령이 태어난 집은 흔적도 없이 빈 터만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이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오지 마을에 도착한다. "이런 깊은 산골에서 대통령이 태어났다니 경이롭다"는 방문객의 말처럼, 공간이 주는 상징성만으로도 발길을 이끄는 힘이 분명했다. 그러나 안내판 몇 개와 간이 화장실 설치, 주차장 보강에 그친 현장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듯 보였다. 편의시설 확충이 추진 중이지만,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청기리 외갓집은 접근성이 한결 좋다. 면 소재지 안쪽 골목에 자리한 서촌댁은 파란 양철 지붕 아래 옛 가옥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집은 특이하게 서향이라 더 눈에 띄었다"며 기억을 더듬는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어머니 구호명 여사가 산후조리를 하던 곳이란 점에서 모성과 유년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다. 영양군새마을회가 설치한 표지석에는 "서촌댁 외손자, 대통령이 되다"라는 글귀와 함께 어머니와 외손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생가가 출발의 상징이라면, 외갓집은 뿌리와 모성의 기억을 품은 또 다른 상징성을 띠게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두 지자체의 태도다. 안동시는 뒤늦게 생가터 주변 편의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주차장 부지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영양군은 민간단체와 손잡고 외갓집의 역사성을 알리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향후 원형 보존이나 기념관 조성까지 거론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깊은 산골 도촌리에 비해 청기리 외갓집이 관광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찾기 편한 위치라는 점이 부각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는 판자촌이라 불릴 정도로 오지였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빈자리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생가를 보존할지 난감한 대목이 많다. 반면 외갓집은 아직 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활용 가치가 크다. 단순히 표지석 설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문화자산으로서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가와 외갓집. 두 공간이 가진 상징성과 잠재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성화할지는 결국 지역사회의 몫이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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