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경북도 제공
올가을, 경북 경주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미·일·중·러 등 21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정상이 모이는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과 경북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다.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경북은 '청렴한 지방정부'로서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청렴이라는 가치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공직자의 부패 인식도는 3.1%에 불과하고,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2016년 52위에서 2023년 32위, 지난해에는 30위로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 제도 정비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등 반부패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지방시대의 성공을 위한 핵심은 국민의 신뢰이며, 그 출발점은 바로 청렴이다. 지방정부가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 실제로 독일, 스위스, 미국 등 지방분권이 강한 국가는 모두 CPI 상위권에 속해 있으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에서도 지방분권은 오히려 부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국민들도 지방정부에 더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55.3%로 중앙정부 4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방행정의 청렴성이 국민 생활 속에서 체감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로운 지방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경북도는 청렴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국민권익위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5년 연속 2등급을 유지하며 청렴 문화가 도정 전반에 자리 잡았다. 반부패 시스템의 작동 수준을 보여주는 청렴 노력도 부문에서는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기록했다.
전국 최초로 도지사가 주재하는 '청백리 회의'를 통해 청렴 정책을 직접 조율하고, 갑질 문제 근절을 위한'안심노무사 제도',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조직문화 새로고침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건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북의 청렴 노력은 조직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갑질 대응 시스템을 시군에 확대하고,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평가를 시행하는 등 청렴 DNA를 뿌리내리기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도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청렴해피콜'을 통한 부패 취약 요인 상시 모니터링, 건설공사 설계변경 갈등을 조정하는 '설계변경 자문단' 운영, 협회·민원 관계자 대상 청렴컨설팅 시행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건설, 소방, 산림 등 관련 협회와 함께 '다가치 청렴동행 협의체'를 구성해 민관 협업 기반의 청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북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전통, 그리고 현대 행정의 실력을 조화롭게 갖춘 지방정부다.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 '신뢰의 경북'을 강하게 각인시킬 것이다. 청렴은 단지 부패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품격이자 경쟁력이다. 경북이 청렴의 힘으로 지방시대를 선도하고, 국제회의 도시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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