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천 산업팀장
문재인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주52시간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이야기다.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의 플라스틱 사출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한 친구가 모임 자리에서 술에 취해 큰 소리로 정책 도입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댔다. 장시간 근로를 막아 산업재해를 줄이고 '저녁 있는 삶'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주52시간근무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며 야근 수당을 포함해 월 450만원 정도를 받던 경력 10년 차 현장반장의 경우 주52시간근무제 도입 후 급여가 70만원 가까이 줄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공장을 돌리자니 산재만 늘어날 것 같고,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추가 근무를 시키자니 노동법을 어기는 셈"이라면서 "공장 돌리다 보니 전과자가 되는 일만 남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도입했던 제도가 근로자로 하여금 저녁밥을 굶거나 산업재해 위험이 높아지는 삶을 만들었던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의 단초는 2009년 쌍용차 파업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평택공장을 점령하면서 회사와 정부는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47억원의 배상명령을 내렸다. 이때 한 시민이 노란봉투에 4만7천원을 담아 노조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자에게 '손배 폭탄'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협상력을 확보하게 해준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모든 파업을 사실상 면책하는 법으로 오해되거나, 필수공익사업까지 파업이 잦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국민 피해로 직결된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파업 남용' 논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입법의도가 현실에서는 반대로 실현되는 경우도 우려된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도리어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준 것은 '주52시간근무제'와 함께 '주휴수당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한 만큼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단기 쪼개기 알바만 양산하고 말았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대해 중소기업의 우려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과의 노동쟁의가 빈발하고 하청에 책임이 떠넘겨지거나 혹은 계약 파기 등으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정성만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 장치가 필수적이다. 노사 분쟁 발생 전 단계에서 사전 조정 시스템을 강화해 갈등이 파업으로 번지기 전에 중립적 조정기구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또 의료·교통 등 필수공익서비스 분야는 파업 절차와 대체 인력 투입 기준을 명확히 해 국민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손해배상 제한의 조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폭력이나 생산시설 점거 등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행위까지 보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권 보장이라는 오랜 과제를 풀어낸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도의 정착은 논란을 넘어 균형을 찾을 때 가능하다.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향한 보완 노력이 뒤따를 때만이 이번 법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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