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공연장을 채우는 음악은 언제나 무대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연습실, 수많은 회의와 조율, 그리고 무대 뒤에서 흘리는 땀과 긴장 속에서 그 음악은 이미 자라나고 있다. 필자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무대에 서기보다는 이제 '무대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특히 기획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청년 음악가들의 모습은 늘 새로운 울림을 전한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첫 무대'의 떨림이다. 음악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길이지만, 준비 과정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텨내기 어렵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주 순서를 정하고, 객석의 반응을 상상하는 일은 연습만큼이나 고된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 드디어 무대에 서는 순간, 청년 음악가들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진다. 필자는 그 순간을 객석보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다. 그것은 기획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때로는 미숙하고 거칠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에서만 느껴지는 생생한 숨결이 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연주보다, 비록 흔들리지만 진심을 담은 한 음표가 더 깊게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젊음의 숨결이 묻어난 그 한 음, 어쩌면 그것이 관객과 청년 음악가가 만나는 통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연주자의 떨림을 간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 기획자가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 음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공간을 제공하고, 무대를 열어주고, 때로는 무대 뒤에서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 겉으로 보기엔 작은 지원처럼 보이지만, 음악가들에게는 평생 기억될 '첫 날개짓'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될 것이다. 무대가 그들에게는 자양분이 되고, 우리 지역 문화에는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된다.
필자는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곤 한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설렜던 청춘의 긴장과 그 온기가 가득하다. 언젠가 그들이 더 큰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더라도, 이 작은 홀에서의 첫 걸음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세대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음악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예술이다. 청년 음악가들이 무대에 올리는 한 음표는, 그들의 꿈일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기획자로서 필자가 할 일은 단순하다. 그들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무대를 준비해두는 것. 음악은 그 속에서 저절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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