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작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셨어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운명적인 이유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지겨운 공시생 생활 때문이었다.
얌전하긴 했지만 의외로 나는 엉덩이가 가벼운 아이였다. 나는 내게 시험공부가 맞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하물며 나도 아는 사실을 나를 먹이고 입히며 키워주신 부모님이 모르실 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공시생 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지는 "너한테 주어진 기간은 딱 2년이야. 2년 안에 못 붙으면 그건 너한테 과분한 시험인 거고, 그 이상 시간을 쏟아서 나중에 붙는다고 해도 공부만 하다가 지나가는 네 청춘이 아까워서 안 돼"라고 말씀하셨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버지가 주신 단 2년의 기간에 감사하고 있다. 엉덩이가 가벼운 만큼 집중력이 없던 나는 끝내 시험에 낙방했지만, 2년 치 문제집을 분리수거장에 갖다 버릴 때만큼 상쾌한 적이 없었다. 결국 2년이 지나고 내게 남은 것은 지겨운 시험공부 사이에 하나의 숨구멍처럼 만들어 놓은 글쓰기였다.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직접 손으로 옮길 용기가 생겼던 이유는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던 공시생 생활 덕분이었다. 매일 강의를 듣고 문제를 푸는 지옥 같은 2년의 끝이 꼭 희망차리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은밀한 취미 생활처럼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로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작가'라는 호칭이 쑥스럽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요즘,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떻게 글을 쓰면 될까요?"이다. "작가가 되려면 문예창작과에 가는 게 좋을까요?" 혹은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그냥 써도 될까요?" 같은 번외 질문도 잦다. 하지만 그럴 때 나의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전혀 상관없어요!"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일기를 쓴다. 물론 일기를 강제로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글쓰기가 싫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 말은 우리는 이미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만우절을 위한 획기적인 거짓말 시나리오, 기념일을 위한 정성 어린 손편지 등 우리는 생각보다 어릴 때부터 스토리를 구상하고 글을 써오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나이와 경력 그 외의 것들은 글을 쓰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는 모두 어릴 때부터 훌륭한 작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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