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불법 계엄의 잔재를 청산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군대를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군의 명예와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과 강군 건설을 통해 '자주국방'의 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일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기념식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불법 계엄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겠다"며 작년 12월 사태를 정면 언급했다.
그러면서 "극히 일부 군 지휘관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며"다행히 대다수 장병이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는 용기를 낸 덕분에 더 큰 비극과 불행을 막았지만 그 후과는 실로 막대하다"고 말했다.
또한 "군의 명예와 신뢰도 한없이 떨어졌다"며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에 총을 겨누는 일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결단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차량에 탑승해 있다. 왼쪽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은 군이 본연의 사명을 회복하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대를 재건하기 위한 민주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군인의 최고 가치인 명예도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군이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로 무장하고 '국민의 충직한 군인'으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신뢰는 커지고 명예는 드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은 필연"이라며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라고 규정했다. 특히 "평화를 깨뜨리는 위협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힘 있는 나라, 누구도 감히 우리의 주권을 넘볼 수 없는 불침(不侵)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군사력을 두고는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는 군사 강국이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그에 기반한 확고한 핵 억지력도 갖추고 있다"며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강한 국방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방력에 의문을 가질 이유도 없고 불안에 떨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했다.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확고한 연합방위 능력과 태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지역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구체적인 정책 방향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8.2% 대폭 늘어난 66.3조원을 편성할 것"이라며 스마트 정예강군으로의 재편을 강조했다. 또한 "과감한 투자로 국방력 강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방위산업 육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부상 장병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 '부를 땐 국가의 자녀, 다치면 나 몰라라'라는 한탄이 통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군 장병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77번째 국군의 날이지만 우리 군의 역사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군과 광복군이 바로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이자 근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목숨 걸고 싸웠던 (독립군과 광복군의) 구국의 정신이 우리 군이 지켜야 할 고귀한 사명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군 장병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주한미군과 유엔사 회원국 장병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권력이 아닌 국민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정예 정병으로 거듭나자.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 국군 장병 여러분을 믿는다. 여러분이 있어 든든하다"고 전했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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