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삼키기 어려울 땐, 노래하세요

  •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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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2 06:00  |  발행일 2025-10-01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여든을 앞둔 아버지와 식사할 때면 늘 긴장된다. 음식을 삼키다 목이 막히거나, 기침을 하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삼킴기능이 약해져, 식사 때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가족에게도 적잖은 걱정이 된다. 그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늘 신경 써 살펴보곤 한다.


삼킴장애는 단순한 노화 현상만은 아니었다. 목과 인두 근육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고, 운동으로 이 근육을 단련하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성악이 떠올랐다.


노래를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성대를 닫아 소리를 내며, 가사와 음정을 기억해 따라가야 한다. 이 과정은 목 주위 근육을 단련하고, 호흡과 폐활량을 늘려 삼킴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성악이 노인의 삼킴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주된 치료법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보조적으로 이어가면 삼킴을 돕는 작은 습관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을 매일 불러보거나, 짧게 허밍을 하는 것, 풍선을 불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


노래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사를 기억하고, 음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언어, 청각, 운동, 정서를 관장하는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는 인지 기능 유지와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치매 환자에게 옛 노래를 들려주면, 잊었던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저녁 산책길에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학원에서 가곡을 배우는 백발의 노신사를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피아노 옆, 호흡을 가다듬으며, 소리내는 모습을 보며,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건강을 지켜내는 힘처럼 보였다. 오늘은 친정 아버지께 "아빠 나랑 보리밭 불러볼래요?"라고 산책길, 손잡고 이야기 나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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