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2025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메인무대에서 탈춤축제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안동의 날' 행사도 비가 내려 한산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피재윤 기자
'열흘간 160만 명 방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폐막 직후 내놓은 공식 발표다.
그러나 시민과 현장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안동 인구의 열 배가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지만, 도심의 온도는 예년만 못했다.
올해 축제는 개막 이후 상당 기간 비가 내렸고, 주요 일정이 취소되거나 관람객이 급감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역대 최대 160만 명'이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 A씨는 "비 오는 날엔 행사장에 사람보다 우산이 더 많았다"며 "주차장도 예년처럼 붐비지 않았다. 체감상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축제장 식당의 상인 B씨 역시 "비 오는 날은 거의 장사를 못했다. 그런데도 160만 명이라니, 그 숫자는 행정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시가 방문객 수를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그 근거는 불투명하다. 방문객 통계는 구체적인 계측이나 출입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행정 내부 추정치로 발표됐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행사별 참여자 수, 현장 인파, 교통량 등을 종합한 추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실무 관계자는 "매표가 이루어지는 공연장과 관광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황에 따라 추정치로 결정된다"며 "실제로 명확한 집계 기준이라 보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시정은 160만 명이 다녀간 성공적인 축제로 자평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냉담하다. '행정이 숫자 경쟁에 빠졌다'는 비판과 함께 "시민이 체감하지 못한 성과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는 해외 참가단을 늘리기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주빈국 공연과 외국 예술단 초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감동은 옅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외국 공연단 무대는 화려했지만, 반면 지역 예술인은 구경꾼이 됐다"며 "정작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탈춤축제의 꽃인 대동난장은 예전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던 축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도심 퍼레이드와 부대행사로 분산되며 참여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축제가 시민의 광장 대신 행정의 무대로 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운영 주체인 한국정신문화재단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 이후 예산은 두 배로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행정 보고에만 급급하다는 불만이 높다.
한 내부 관계자는 "결정권자들이 현장을 모른다. 축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보고서를 만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축제의 철학은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시정 리더십은 여전히 외형과 홍보에 치우쳐 있다. 축제의 성공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역 원로는 "비 오는 축제에 160만 명이라니, 시민을 기만하는 통계"라고 꼬집었다. 이어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탈춤페스티벌은 영혼을 잃은 행정 쇼에 불과하다"며 "시민이 주인공이 될 때, 예술인이 중심에 설 때, 무대는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고 말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세계를 향한 문화축제이기 전에, 안동 시민의 자존심이자 정신문화의 상징이다. 그 본질이 행정 보고서 속 추산 통계와 예산 집행률로 환산된다면 축제는 이미 길을 잃은 것이다.
이어 그는 "이제는 거품을 걷어내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 보여주기가 아니라 참여, 행정의 축제가 아니라 시민의 축제로 다시 서야 한다"며 "시민 없는 축제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피재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