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공행진하던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4천달러를 돌파하며 또다시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빠르게 치솟고 있다. 사상 처음 온스당 4천달러를 돌파한 국제 금값 상승세에, 국내 시세는 한 달 만에 한 돈(3.75g)당 80만원을 넘어서며 '김치 프리미엄'이 10% 이상 붙었다.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한국만의 시장 구조와 투자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8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가격은 1돈당 81만9천원으로, 한 달 전(70만원)보다 17%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제 금값 상승률(6%)의 세 배 수준이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최근 대구 중구 교동귀금속거리에는 금값을 알아보는 시민이 부쩍 늘었다. 상인들도 오름세를 반영해 진열장마다 '오늘 시세'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한 상인은 "하루가 다르게 가격표를 바꾼다"며 "요즘엔 단순 장신구가 아니라 자산 분산 수단으로 금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 금값이 유독 비싼 이유는 시장 구조와 제도, 소비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폐쇄형 시장 구조다. 국내 금괴는 대부분 런던금시장협회(LBMA) 인증을 받지 못해 수출이 어렵다. 공급이 제한된 채 내수 시장에서만 거래돼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한다.
또 금융 인프라의 단절도 원인이다. 금이 주식처럼 금융 결제망을 통하지 못하고, 실물 거래 중심의 별도 시장(KRX 금시장)에서만 움직인다. 주요국이 금을 중앙은행 결제자산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소형 금괴 중심의 소비문화다. 한국은 3.75g·18.75g 단위의 소형 골드바 거래가 많아 제작·유통비가 높고, '눈에 보이는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도 강하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와 금융 불신이 겹치며 금이 사실상 '탈원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한국만의 구조적 요인 위에 세계 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금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되고 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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