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천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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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3 06:00  |  발행일 2025-10-12
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올해 삼성라이온즈의 야구농사는 풍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관중 숫자가 그렇다. 평균관중 수 2만4천명으로 1위다. 서울의 LG와 두산을 넘어섰고, 야구도시라는 롯데도 가볍게 눌렀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그해 최다관중을 삼성라이온즈가 기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팬들은 드물다. 삼성은 그로부터 무려 44년 만에 최다관중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다음으로 기록이다. 여러 값진 기록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디아즈의 50홈런, 150타점 동시 달성은 정말 멋진 것이었다. 반세기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타점 신기록이 날마다 바뀐다. 외국인 타자의 50홈런도 사상 처음이다. 이는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엔 끝판대장 오승환 선수의 은퇴식도 있었다. 과연 삼성이구나 소리가 절로 나올 화려한 축제였다.


삼성라이온즈는 마침내 가을야구까지 진출했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코리안시리즈 우승 팀이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는 완벽한 승자독식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승을 하지 못하는 한 어떤 팀의 팬들도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필자는 현역시절 연달아 2번이나 준우승을 하고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우승을 못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월드시리즈나 재팬시리즈에 진출하는 그 자체가 축복이자 보너스이며 명예다. 그러나 코리안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오직 우승만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 이외는 없다. 그러니 감독의 무덤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패넌트레이스 1위가 아주 중요하다. 5위가 4위를 이기면 3위와 붙고, 또 이기면 2위와 붙는다. 여기서 이겨도 레이스 최강자 1위 팀이 푹 쉬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우승은 하늘의 별 따기다. 1997년 당시 해태타이거즈의 우승제조기였던 김응용 감독이 지금의 방식을 제안했다. 이것을 당시 박용오 KBO 총재가 받아들임으로써 확정되었다.


한화의 덕장 김경문 감독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전력투구를 했다. SSG에게 9회말 투아웃까지 5대2로 이기고 있었다. 강한 불펜진이 있으니 끝났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한화가 투런홈런 2개를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나는 감독의 수명이 얼마나 줄었을까 진심으로 안쓰러웠다.


이제 냉정할 때다. 올해 삼성라이온즈는 최선을 다했고 보람을 얻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다만 우승이란 큰 숙제가 하나 남아있다. 사실 우승은 힘들다. 그러나 우리 삶에 기적이란 얼마든지 있다. 프로야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 프로야구 전설의 포수 뉴욕 양키즈의 요기베라의 명언이 생각난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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