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동서3축의 완성, 성주가 다시 그리는 영호남의 길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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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3 19:02  |  발행일 2025-11-23
경북부  석현철 기자

경북부 석현철 기자

"성주가 대한민국의 교통 중심에 선다."


이 문장이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동서3축(무주~성주~대구) 고속도로 신설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확정한 것은, 영호남을 관통하는 국토 균형축이 비로소 완성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동서3축은 서해안 새만금에서 동해안 포항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허리'이자, 서부권과 동부권을 직결하는 국가 기간망이다. 그동안 전북 무주에서 대구까지 80여 km 구간이 뚝 끊긴 채 남아 있어 영호남 간 물류 흐름과 산업 연계가 크게 제약받았다. 이 미완의 고리 속에서 지역은 늘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 성주가 그 끊긴 허리를 잇는다. 이번 예타 대상 선정은 우연이 아니다.


성주군은 2023년부터 성주~대구 구간 단독 예타가 경제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과감히 노선을 재설계하고 무주~성주 구간을 통합 추진하는 '연속노선 전략'을 택했다. 무주~성주~대구 전 구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낸 결과, 사업비 효율성과 연결성이 확보되며 정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경상북도, 그리고 군민들이 한 뜻으로 일군 결과다.


이제 성주는 단순한 중간 지점이 아니다. 동서3축의 관문이자, 영호남 교류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성주는 대구권 산업경제와 전북권 농공단지를 하나로 엮는 핵심 축이 된다. 이동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 곧 사람과 산업, 문화가 오가는 '길의 회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주·거창·합천 등 내륙 도시들은 성주를 거점으로 새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고, 성주산단과 참외물류, 관광산업 또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얻게 된다. '균형발전'이라는 말이 더는 공허한 구호로 남지 않도록, 이 길 위에서 중부 내륙의 자존심이 살아날 것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에도 기본계획 수립, 환경영향평가, 공사비 확보 등 절차는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제 출발선에 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행정의 속도보다 군민의 일심(一心)이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연다"는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 한, 2036년 성주 하늘 아래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의 실루엣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다.


길은 단순한 아스팔트가 아니다. 길은 사람을 잇고, 지역을 잇고, 시대를 잇는다. 무주에서 성주를 거쳐 대구로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서쪽의 바람과 동쪽의 햇살이 만나고, 영호남의 오랜 벽이 허물어진다. 그 길 한가운데, 성주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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