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대구세명학교(달서구 용산동)에서 본사 김종윤 기자가 장애학생의 허들 점프 운동을 보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자녀를 향한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심정이다. 부모의 마음 만큼 학생의 건강과 성장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 바로 지적장애 학생들이 건강과 학업을 같이 챙기는 공립특수학교 '대구세명학교(달서구 용산동)' 교사들이다. 직업체험을 위해 이 곳에 갔다. 취재진과 마주한 학생들은 티없이 맑았고 표정을 밝았다.
◆사회 나가기 위한 준비
지난 4일 오전 8시22분, 대구세명학교 정문으로 노란 통학버스 7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학생들이 하나 둘 하차했다. 각 반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미소로 맞았다. 교장·교감선생님도 학생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사했다. 학생들은 처음 만난 취재진에도 반갑게 맞아 줬다.
오전 9시40분 1교시 수업. 수업은 지적장애인에 맞춘 기본교육과정으로 진행됐다. 일반 학교와 별 차이가 없다.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과목을 배웠다. 선생님은 학생마다 지도하면서 수업내용을 알려줬다. 수업은 여러 형태로 진행됐다. 1대1 개별화수업을 하거나 모둠을 지어 활동하기도 했다.
수업은 대부분 학생의 활동성을 높이고, 사회 적응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교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카페다. 2년제 과정으로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카페의 주인이자, 아르바이트생이다. 취재진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커피를 건넸다. 맛있게 먹으라며 살가운 인사말도 건넸다.
이 날은 달서소방서와 함께하는 지진대비훈련이 진행됐다. 대피 사이렌이 울리자, 학생들은 선생님 도움을 받아 모두 안전모를 쓰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에선 소방관들이 지진 시 대비 요령을 설명했다. 훈련후 학생들은 소방차를 배경으로 소방관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다친 상처는 미소로
지진대비훈련 이후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한 학생이 복도에 누워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또다른 학생은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2~3명이 달래 겨우 교실로 돌려보냈다. 그 과정에서 한 교사가 손을 다쳤다. 제재당하는 학생이 갑자기 과격해지면서 손톱으로 상처를 낸 것. 교사는 "늘상 있는 일"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체육시간은 중요한 수업이다. 학생의 퇴화된 근육을 발달시키고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어서다. 학생들은 폭이 좁은 나무를 떨어지지 않고 잘 건넜다. 장애물을 뛰어넘고, 작은 통로를 기어서 통과했다. 일부 학생들은 취재진과 함께 장애물들을 헤쳐나갔다. 교사들의 고충은 계속됐다. 체육을 거부하는 일부 학생이 20여분간 저항을 하기도 했다. 교사의 목과 어깨엔 상처가 남았다. 교사는 별다른 내색 없이 학생을 끝까지 타이르며 수업을 이어갔다.
오전 11시40분. 즐거운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따라 급식소에 입장해 배식을 받았다.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서 식사가 가능했다. 식사 자체가 어려운 학생은 전담교사와 함께 식사했다. 입학 후 3개월가량 교육 및 훈련을 받으면 숟가락을 활용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후 3시30분쯤 오후 수업도 모두 끝났다. 학생들은 다시 통학버스를 기다렸다. 이날 일일교사 체험일정도 그렇게 마무리됐다.짧지만 지역 장애학교시스템의 운영상황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공감했던 일정이었다.
지난 4일 오전 대구세명학교에서 본사 김종윤 기자가 크롤링 터널을 이동하는 장애학생을 보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추대엽 대구세명학교 교장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교사들은 늘 학생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결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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