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봉화 영풍석포제련소를 방문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폐수 무방류(ZLD) 시스템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제공>
경북 봉화군 석포면 깊은 산골, 낙동강 상류를 끼고 자리한 영풍석포제련소가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필수 방문지'로 떠올랐다.
환경 논란의 상징처럼 취급되던 제련소가 이제는 산업단지 개발을 준비하는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벤치마킹하는 기술 현장이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제련소가 2021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폐수 무방류(ZLD·Zero Liquid Discharge) 시스템이 있다.
최근 강원 영월군청 전략산업팀 관계자들이 석포제련소를 방문해 ZLD 설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영월군은 국가 핵심광물인 텅스텐을 기반으로 한 첨단소재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이 과정에서 폐수 무방류 공공폐수처리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단위 산업단지의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석포의 실증 사례가 가장 현실적인 참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관심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한 광역지자체의 섬유산업 부서 공무원들이 염색산업단지 이전 과정에서 ZLD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석포를 찾았다. 지난해 12월에도 또 다른 광역지자체가 2차전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환경기준 충족 모델을 찾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폐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산업단지 승인 자체가 어려운 시대,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찾는 답안지가 바로 '석포 ZLD'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영풍석포제련소의 ZLD 시스템은 약 46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국내 유일·세계 최초의 제련소 무방류 설비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외부로 단 한 방울도 배출하지 않고 전량 회수·정화해 공정으로 재투입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88만 ㎥의 공업용수를 절감하고, 낙동강 수자원의 보전과 수질오염 차단을 동시에 달성했다. 관련 특허도 등록됐다.
무방류 시스템 도입 후, 배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제련소 상·하류 수질 측정망에서 주요 오염물질이 '검출 한계 미만' 또는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는 상황이 정례화됐다. 제련소 앞 강에서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의 서식이 관찰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석포제련소는 ZLD뿐 아니라 수질·대기·토양 등 환경 전 영역에 걸쳐 대규모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을 발표한 뒤 제련소 하부 1만7천평에는 콘크리트·내산벽돌·라이닝으로 구성된 3중 차단시설을 구축했으며, 공장 외곽 3km 전 구간에는 지하수 확산방지시설을 설치했다. 하루 평균 450t의 지하수를 양수·정화 후 재활용하는 체계도 운영 중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제련소를 찾는 이유는 단순한 견학을 넘어 '실증된 기술'에 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 ZLD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며 데이터까지 축적한 곳은 영풍석포제련소가 사실상 유일하다.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환경부 승인이나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위해서는 실제 운영 사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포제련소는 전국 지자체의 기술 참고서이자 검증 플랫폼이 된 셈이다.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는 "ZLD는 단순 설비가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술"이라며 "앞으로도 제련 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결합해 환경과 산업이 함께 갈 수 있는 모델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황준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