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산나물축제에서 채취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올해 영양 산나물축제는 5월7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영양군은 올해 축제를 지역 상인과 주민이 참여해 산나물을 소재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먹거리 축제로 구상했다. <영양군 제공>
<이미지(박준상)=생성형AI>
시가지 일대 미식로드 이색요리 선봬
1천219인분 산나물 비빔밥 퍼포먼스
산나물채취 체험부터 특별공연까지
낮엔 미식·밤엔 별보며 웰니스 완성
올해 21회째를 맞는 영양산나물축제(5월7~10일)가 먹고 즐기고 체험하는 산나물 미식 축제로 변신한다. 지난해까지는 산나물 장터에서 판매 중심으로 축제가 운영됐다면, 올해는 지역 상인과 주민이 참여해 산나물을 소재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먹거리 축제로 운영된다. 축제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읍내 시가지에 조성된 미식로드를 걸으며 영양의 청정 자연이 키운 산나물 요리들을 맛보고, 특설무대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즐기고, 시가지를 벗어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체험할 수 있다.
◆'두떡두떡'으로 먹거리 축제로 봄동비빔밥 열풍 잇는다
축제를 주관하는 영양축제문화재단 이제희 사무국장은 변화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산나물 채취,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젊은 사람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라면, 김밥, 떡볶이 등 먹거리 축제가 대두되고, '두쫀쿠' 열풍을 봄동비빔밥이 밀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짜 건강한 음식 재료인 산나물이 주목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양산나물축제는 산나물이 곁들임 음식 대접받는 주객전도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올해는 산나물을 소재로 한 새로운 요리와 한 차원 높아진 음식을 선보이는 '산촌 미식로드'를 운영한다.
지난해까지 고기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 먹거리 한마당은 산나물이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곁들임 음식처럼 취급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는 고기굼터·산나물전·산채김밥·산나물라면 뿐만 아니라, 산나물을 소재로 한 새로운 요리와 업그레이드된 요리를 선보이는 '산촌 미식로드'로 운영된다. 산나물이 주가 되는 미식 콘텐츠를 방문객들이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공간 연출을 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산촌 미식로드에는 10개 정도 부스가 운영될 예정입니다. 부스 운영자들이 새로운 산나물 요리를 개발하고 기존 요리를 업그레이드해 선보이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부스 운영자 한 분을 만났는데 '두떡두떡'을 만들어 보겠다고 얘기하더군요. '소떡소떡'에서 소시지 대신 두릅을 넣어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생맥주를 곁들이면 꼬치나 야키도리처럼 인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일월산 높이 1천219인분의 산나물 비빔밥 인기
영양산나물축제의 공식행사는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 축하공연(5월7일)과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9일), 그리고 1219 산나물 비빔밥 나눔행사(9일) 등이다. 개막 축하공연은 전통 기예와 트로트 공연 등으로 구성된다.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에는 김광진·김나영·황가람·죠지 등 실력파 가수들이 출연하고,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품고 있는 영양군의 밤하늘을 주제로 한 영상도 펼쳐진다. 청정 산나물의 보고인 일월산의 높이 1천2백19m를 상징하는 1천219인분의 산나물 비빔밥을 만드는 나눔행사는 이 축제의 상징적 퍼포먼스이다.
부대행사로는 산촌 미식로드 외에 영양문화원 앞 70여 개의 부스로 구성되는 산나물 마켓, 영양전통시장과 복개천에서 벌어지는 지역 문화예술단체 공연 등이 마련된다. 또 관람객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산나물 다방, 업사이클 쉼터 등 산촌형 휴식공간과 산나물 이야기길도 조성된다.
영양의 전통문화도 소개된다. 영양문화원 주차장에 마련되는 음식디미방 전시관은 장계향 선생이 지은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담긴 전통음식 조리법과 상차림을 시각 자료로 보여준다. 5월9일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원놀음은 영양군 일대에 전승돼 오는 민속놀이다. 관원의 행차·관아의 권력 행사·재판 과정 등을 모방해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치는데,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5월2~3일에는 영양축제문화재단이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라이트아웃트레킹(LOT)과 연계한 1박2일 체험형 콘텐츠 '영양산나물 채취체험-탄소중립 트레킹'이 진행된다. 축제 참가자들이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산나물 채취체험 트레킹 30분만에 매진
체험행사로는 축제에 앞서 5월 2~3일 영양군 내 개인 산나물 채취체험장에서 열리는 '영양산나물 채취체험-탄소중립 트레킹'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영양축제문화재단이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라이트아웃트레킹(LOT)과 연계한 1박2일 체험형 콘텐츠다.
라이트아웃트레킹은 지금까지 10회 정도 열렸는데 전국의 트레킹, 백패킹 동호인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 이번 프로그램도 350명을 모집했는데 티켓팅 시작 30분 만에 매진됐다.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전문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산나물을 관찰·채취하고 산나물로 요리경연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밤이 되면 인공조명을 최소화해 영양의 밤하늘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쓰레기 최소화, 친환경 이동 등 지속가능한 산촌 체험을 실천하고 있다.
◆건강과 웰니스 모두 갖춘 미식축제
축제 동안 읍내 시가지에서는 산나물 이름 맞히기 챌린지, 산나물 향기 퀴즈, 어린이 산나물 스탬프 투어, 산나물 그리기 마당, 산나물 먹방 리액션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문객 참여 콘텐츠를 운영하고 참여자들에게 산나물, 산나물 인형 등을 선물한다.
영양군 산림녹지과에서 주관하는 산나물채취체험행사는 일월산 일원에서 5월8~10일 진행된다. 하루 80~120명씩 모두 300명을 모집하는데, 참가비는 2만원(영양사랑상품권 1만원 지급)이며 산나물 채취는 1인당 5kg 이하로 제한된다.
올해 영양산나물축제는 행사장 공간과 동선을 조정해 방문객들을 분산하고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또 른 지역 축제와 달리 읍내 민가들이 모여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정감 있는 축제다.
올해 영양산나물축제는 미식축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분산형, 주·야간 연계형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행사장 공간과 동선을 조정해 방문객들을 분산하고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야간 공연과 조명연출을 연계해 방문객들의 오래 머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양산나물축제는 다른 지역 축제와 달리 읍내 민가들이 모여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사람 냄새 나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여러 가지 민원이 생기기도 하지만, 또 그때만큼은 시끌벅적 생기가 넘치는 읍내 시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미식로드와 각종 체험행사·공연 등 축제프로그램을 참여한 뒤, 수비면 밤하늘보호공원·풍력 발전 단지·일월산자생화공원 등을 찾아 영양의 조용한 산촌의 정취를 느끼고 밤하늘 별을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영양산나물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이제희 국장은 "개인적으로는 영양산나물축제가 건강과 웰니스(Wellness)를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요가·아로마 테라피·명상 등이 진행되고, 그 사이에서 건강한 산나물과 산나물 요리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구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가공식품을 비롯한 건강을 해치는 음식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삼한시대의 성역인 소도와 같은 역할을 할 것 같다.
◆자연이 차려낸 봄의 미식 한 상, 산나물 축제
옛날 가난한 백성들에게 산나물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절박한 먹거리였다. '초근목피'라는 말도 소나무 속껍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산나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희야 박주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라는 한석봉의 시조에서는 산나물이 선비의 청빈한 생활을 상징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조선의 미식가 허균은 팔도의 음식을 다룬 책 '도문대작'에서 방풍나물죽을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어수리를 비롯해 갖가지 산나물이 왕실에 바쳐졌다. 또 주역에는 "동쪽 이웃이 소를 잡아 제사 지내지만, 서쪽 이웃이 소박한 나물제사로 복을 받는 것만 못하다(東隣殺牛 不如西隣之禴祭 實受其福)"라는 구절도 있다.
그러니 산나물은 기근을 넘기기 위한 구황식물, 일상의 소박한 음식, 미식과 건강식, 조상과 천신에게 바치는 제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삶 속에 늘 함께해온 셈이다. 그러므로 산나물은 앞으로 온갖 콘텐츠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소재다. '자연이 차려낸 봄의 미식 한 상'을 주제로 한 올해 영양산나물축제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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