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초기기업 지원 민간재단 NC IDEA 사무실. NC IDEA는 지역 초기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인재·투자자 등을 연결하며 기업 성장을 돕고 있다. 정지윤 기자
'코스피 시대' 의미는 단순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지수가 오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본시장이 커지면 기업들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기업은 확보한 자금을 사업 확장, 연구개발 등에 투입한다. 이는 다시 고용, 소비 등 실물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자본시장 성장 효과가 대구경북 경제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이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진 초기기업이 성장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금조달 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신생기업은 92만2천447개다. 이 가운데 대구는 3만4천898개(3.8%), 경북은 4만1천154개(4.5%)다. 대구경북을 합치면 7만6천52개로 전체의 8.3%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에는 절반 이상이 몰렸다. 서울은 17만593개(18.5%), 경기는 27만6천374개(30.0%), 인천은 5만3천586개(5.8%)다. 수도권 신생기업은 모두 50만553개로 전체의 54.3%를 차지했다.
활동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전국 활동기업 764만1천749개 가운데 대구는 32만3천446개(4.2%), 경북은 36만865개(4.7%)였다. 서울은 152만9천158개(20.0%), 경기 211만8천810개(27.7%), 인천 42만9천976개(5.6%)로 수도권이 전체의 53.4%를 차지했다.
결국 지역에서 기업이 새롭게 생기는 것만큼 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장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아직 매출과 실적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기업에는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고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초기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지난 6월4일(현지시각) 톰 루헤(Thom Ruhe) NC IDEA 대표(CEO)가 지역 초기기업의 성장과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 위치한 NC IDEA는 초기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민간재단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기술 분야 인재와 기업이 캘리포니아 등 더 큰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겪어왔다. NC IDE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자금부터 인재와 투자자 연결까지 지원하고 있다.
NC IDEA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만달러(약 1천400만원)를 지원하는 '마이크로(MICRO)'와 5만달러(약 7천만원) 규모의 '시드(SEED)'다. 모두 상환 의무가 없고 기업의 지분도 요구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마이크로 프로그램에 230만달러(약 32억원) 이상, 시드 프로그램에 1천60만달러(약 148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지원 이후 마이크로 수혜기업은 1억300만달러(약 1천442억원), 시드 수혜기업은 12억달러(약 1조6천800억원) 이상의 후속 자금을 조달했다. 초기 단계의 지원이 이후 투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Grep-a-palooza'에서 칩 케네디(오른쪽) CivicReach 대표가 자사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CivicReach는 NC IDEA의 지원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AI 기반 공공서비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개발하는 시빅리치(CivicReach)도 NC IDEA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다. 칩 케네디(Chip Kennedy) 시빅리치 대표는 "NC IDEA의 지원금은 회사 지분을 넘겨줄 필요가 없고 빚을 지는 것도 아니다"면서 "선정 과정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사업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검증(Validation)'을 받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NC IDEA는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탈락한 기업에도 부족한 점과 보완 사항을 담은 서면 피드백을 제공한다. 창업가는 이를 토대로 사업을 보완해 다시 지원할 수 있다.
톰 루헤(Thom Ruhe) NC IDEA 대표(CEO)는 "한 번 지원할 때 약 300개 기업이 경쟁한다. 투자자들도 'NC IDEA의 지원을 받았다면 괜찮은 회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정되지 않은 기업에도 서면 피드백을 제공한다. 한 번 탈락했다고 지원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성장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4일(현지시각) 벤 레딩(Ben Redding) NC IDEA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NC IDEA 사무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NC IDEA는 초기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가에게 필요한 인재, 투자자, 금융기관 등도 연결한다. 이를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전역의 창업지원기관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초기 자금 지원이 실제 투자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사람과 자본을 함께 연결하는 방식이다.
벤 레딩(Ben Redding) NC IDE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금뿐만이 아니다. 공동창업자나 투자자, 은행, 벤처캐피털과의 연결도 필요하다"면서 "대구경북 창업가들은 무엇보다 직접 고객을 만나 실제 시장의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여러 고객에게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것이 시장의 신호다. 그 수요를 정확히 이해한 뒤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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