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인생 2막' 책에도 있다 (2) 연예인이 읽어서…SNS 입소문 나서…기존 작품 '화제의 중심'으로 역주행
아이돌 장원영 추천 '초역 부처의…' 힘든 순간 도움됐던 구절 소개"이 책 읽으면 화낼 일이 없어요" 부처의 삶의 지혜 많은 공감대
◆세상이 잊고 있던 20세기 걸작 '스토너'미국 작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가 역주행하고 있다. 방송인 홍진경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책을 추천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2년 전 알려졌다. 최근 해당 영상의 쇼츠가 알고리즘을 타면서 다시 역주행했다. 지난 14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토너는 전주보다 15계단 상승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령별로는 40대의 구매 비율이 34.6%로 가장 높았다. 책은 뛰어난 학자도, 위대한 인물도 아닌, 한 영문학 교수의 평범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윌리엄 스토너가 그 주인공이다. 세밀한 서술로 스토너의 삶을 강렬하게 묘사해 독자들로 하여금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196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지만 오랫동안 잊혔다가 50년 후 유럽 출판계에서 재조명됐다. 국내에는 2015년 처음 소개돼 꾸준한 입소문으로 독자층을 넓혀 왔다. 홍진경 외에도 방송인 김영철, 이동진 평론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등 많은 유명인이 '인생 책'으로 꼽았다. '세상이 잊고 있던 20세기의 걸작'이란 평을 받는다.
◆복잡하고 깊은 물 같은 사랑 이야기 '급류'지난해 SNS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어떤 소설을 읽으며 엉엉 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조회수 200만뷰를 돌파했고, 이 인기에 힘입어 해당 책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책은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며 몇 달째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드는 중이다. 3년 전 출간된 소설 '급류' 이야기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GV 빌런 고태경'으로 등단한 정대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역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렸다.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어느 날,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 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에 화가 난 도담은 그 둘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이후 도담과 해솔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리는데…. 충격적이지만 보편적인, 복잡하고 깊은 물 같은 사랑 이야기다.
◆청소년 사로잡은 출판계 미스터리 '구의 증명'"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은 양귀자 작가의 '모순'(관련기사 영남일보 2025년 3월6일자 16면)처럼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역주행한 소설이다. '모순'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구의 증명의 인기가 '출판계 미스터리'로 불린다는 것. 괴이한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를 사로잡았다. 더 특이한 건 이런 이야기가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최진영 작가는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세련된 감성으로 담아냈다. 소설에는 '구'와 '담'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로밖에 없던 둘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지만 '구'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이 이야기가 왜 청소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저자인 최진영 작가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랑 이야기가 젊은 독자의 요구와 맞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10대가 겪는 내면의 혼란,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동경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도 화제상실·애도 세련된 감성으로 담은 책예상치도 못한 청소년층에 큰 인기강렬한 사랑 이야기 취향 저격한듯
◆긍정 마인드 장원영이 사랑한 '초역 부처의 말'"일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화낼 일이 없어요." 인기 아이돌 장원영이 추천한 '초역 부처의 말'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긍정적 마인드, 이른바 '원영적 사고'로 잘 알려진 장원영은 '집착하지 말아라' '마음의 불씨를 꺼트리라' 등 힘든 순간에 도움이 됐던 구절을 언급하며 책을 소개했다.'초역 부처의 말'은 2천500년 동안 사랑받으며 회자돼온 부처의 말을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현대어로 재해석한 책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동양철학을 사랑했는데, 부처의 말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았다. 그런 만큼 부처의 메시지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12개의 주제로 190가지 부처의 말을 담은 이 책도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동시에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손에 들고 어디를 펼치더라도 그곳에 적힌 부처의 말이 스르륵 마음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 그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일어나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썼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