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예대전 대상 수상작] 청소년부 문학 부문 '갈매기의 편지'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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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0 14:25  |  수정 2022-05-29 09:54  |  발행일 2020-08-10

철썩
철썩
오늘도 좋은 아침.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바다 멀리 저편에서 몰고 온 시원한 바람이 내 깃털을 어루만졌어. 우리나라에는 내가 사는 섬에 가장 먼저 햇빛이 찾아와 이곳을 고루 비추어.

이곳은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땅, 독도. 나는 내 두 날개를 펼치고 한껏 햇살을 느꼈지. 아침마다 날개를 펴고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태양 빛이 내리쬐어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위를 날며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낼 거라고 다짐했어. 아침 햇살이 섬을 맞이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친구들은 나오지 않았어. 어디서 무얼 하는 거람? 맑고 화창한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는데, 두 날개를 펴고 저 높은 푸른 하늘 위로 날아올라 햇살을 맛보아야 하는데. 매일 나와 함께 하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았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난 친구들을 찾아 내가 있던 동쪽 섬에서 서쪽 섬으로 날아갔어.

독도는 섬이 두 개로 나눠 있거든. 한껏 섬을 누비며 날아다녔지만 내 친구들의 모습은 깃털 하나 보이지 않았어. 내 동생과 내 친구 바다제비도 보이지 않았지. 난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졌어. 날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섬을 여러 번 돌았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지. 내가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졌을 무렵, 어디선가 내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끼룩끼룩- 난 내 친구의 목소리에 응답했지. 뭔가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기에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날아갔어. 내가 친구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배였어. 배 위에는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는데 난 그 깃발이 무엇인지 눈여겨보았지. 하얀 바탕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빨간색 동그라미, 그건 일본이란 나라의 국기였어.

언젠가 엄마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조금 떨어진 섬나라에 대한 거였어. 일본이란 나란데 우리나라를 못살게 군 나라였대. 특히 내 친구 독도를 지금도 노리고 있는 나라라고 하더라고. 예전에 전쟁에서 져서 우리나라에서 빼앗아간 독도를 다시 돌려주었는데 지금도 틈만 나면 내 친구를 탐내고 있다고 했어. 왜 우리나라의 땅을 노리고 있는 걸까? 독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땅이었고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가깝다고 하셨는데, 남의 나라가 왜 우리 섬을 노리고 있는지 난 이해가 잘되지 않았어. 처음에는 엄마 말도 믿기지 않아서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고 의심하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이 섬에 태어나고 자란 지 6년째 되던 날. 사건이 하나 일어난 뒤로부터 난 우리 엄마의 말을 믿게 됐어. 사실 내가 사는 섬은 날씨가 좋을 때 가끔 바다 위를 날아다닐 때면 몇몇 배들이 동해 위를 떠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 우리나라 배도 몇 척 보였지만 대부분은 일본에서 온 배들이었어. 나는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 채 하늘에서 들릴 듯 말듯 그들에게 소리쳤지. 여긴 우리나라 땅이 있는 곳이니까 다른 곳에 가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내가 끼룩끼룩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을 거야. 내가 사람들의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내쫓았을걸. 뭐, 내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없으면 해보나 마나일 거야. 멀리서 작게 외치는 목소리를 누가 들을 수 있겠니? 나도 용기를 가지고 나서고 싶었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

예전에 내 친구가 용기 내어 배 앞에 다가갔다가 그들이 고래 사냥을 하려고 들고 온 창살에 맞아 바다 깊은 곳으로 떨어지고 말았거든. 난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워서 친구를 바다 깊은 곳에 내버려 두고 그 길로 줄행랑치고 말았어. 3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기억이 또렷하게 생각나. 친구는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 같아.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우리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곤 했어. 내가 만약 다시 그 자리에 선다면 나는 내 친구처럼 용기 있는 모습으로 앞에 나설 수 있을까?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난 우리나라의 소중한 땅을 지킬 수 있느냐 이 말이지. 바닷속에 내 친구처럼 가라앉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용기가 없으면 우리는 그들의 헛되고 바르지 못한 입장에 반박할 수도 없을 거야. 그래도 난 되도록 평화롭게 일이 마무리되기를 원했어. 싸움은 싫었으니까.

하지만 그날이 오고야 말았어, 바로 1년 전 오늘. 그 사람들이 다시 우리 땅을 노리고 배를 타고 찾아온 거야. 동해 한가운데에 떠다니는 선박 위에 깃발을 내세우며. 용감한 내 절친한 친구 바다제비와 서쪽 섬 절벽에 사는 또 다른 친구 슴새는 그 사람들을 이 섬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어. 두 친구의 소리가 바다 위 물결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나갔어. 그러자 두 친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는지 섬에 사는 모든 갈매기 친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어. 끼룩-끼룩- 나도 목소리에 힘을 실어 함께 외쳤지. 그들이 비록 우리의 간절한 신호를 이해하지 못한대도 말이야.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섬을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외쳤어.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그들의 말로 외치면서 그 사람들을 떠나가게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사람들 못지않았지.우리도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겠지?

그 사람들은 우리가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품속에서 총을 꺼내 총구를 우리에게 겨누었지. 총구의 끝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났어. 그 총구도 은빛으로 빛났지만, 동해의 은빛처럼 아름다운 빛이 아니었어. 오히려 그 빛을 보자 공포의 전율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어. 섬뜩한 느낌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난 느꼈어.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 여기서 달아나면 우리 땅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어. 목숨을 잃는 것보다 우리들의 소중한 섬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것이 더 두려웠거든. 그래서 난 물러서지 않았지. 그리고 얼마 뒤, 총소리가 푸른 하늘 높이 울려 퍼졌어. 총구 끝이 반짝일 때마다 내 친구들은 하나둘씩 쓰러져갔지. 독도에 있던 사람들까지 몰려왔지만, 그들은 총 쏘는 걸 멈추지 않았어. 그래도 외쳤어.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무자비로 총구를 겨누던 그들에게 말이야. 나도 친구들과 함께,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소리쳤어.

총소리가 멈춘 직후 고요하던 하늘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지. 우리의 용기 있는 함성을 들었는지 그들도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라고.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은 배를 타고 그들이 있는 곳까지 쫓아갔어. 나와 몇몇 친구들도 은빛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 떠나라고 외치거나 무기를 들고 그들을 쫓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그분들에게 응원은 해줄 수 있었으니까. 같은 섬에 사는 식구끼리는 말을 이해할 수 있잖아? 우리가 끼룩끼룩- 하고 울어도 그분들은 우리의 메시지가 자신들에게 던져주는 응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 우리는 일제히 일본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 쪽으로 몰려갔어. 우리가 가서 보니까 이미 싸움은 시작됐더라고. 그들이 총을 들고 위협하니 나는 배를 탄 그분들도 총을 들고 위협할 줄 알았어. 하지만 그분들 중 한 분이 우리나라 국기를 높이 들고 독도는 엄연히 우리가 사는 소중한 섬이니까 어서 이곳에서 나가라고 소리쳤어. 난 배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 목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던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도 내 눈에 선명히 비쳤어. 나와 친구들은 그 모습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지. 그 순간, 일본 사람 중 한 사람이 총을 들고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말라며 총을 쏘았어! 총소리가 바다를 타고 독도가 있는 곳까지 흘러갔어. 순간 내 앞을 누군가가 쏜살같이 지나갔어.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은빛으로 빛나는 꽁지깃이 내 눈앞에 스쳐 지나갔어. 그리고 그 동시에 하늘을 찢을 것 같은 비명이 들려왔어. 순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 정신을 차린 나는 배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지. 그 모습을 본 순간 3년 전 내가 겪었던 일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어. 그때와 똑같이 갈매기 한 마리가 총에 맞고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어.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았지. 내가 멍한 표정으로 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총을 쏜 그 사람이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더라고. 그러자 독도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이 기회라고 외치면서 우리 섬을 노리고 찾아온 사람들을 몰아내기 시작했어.

선박 앞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렸고, 그분들은 일본에서 온 배들을 쫓아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어. 나는 충격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어. 그러자 내 목소리를 들은 갈매기 친구들과 바다제비가 내 목소리에 힘을 보태어 더욱 큰 함성을 질렀지. 우리가 외치는 소리에 넋을 잃은 그 사람들은 배를 돌려서 급히 빠져나갔어. 하지만 올 때는 마음대로 왔다 하더라도 갈 때는 맘대로 못 갔겠지? 일본 사람들의 배를 쫓아내던 분 중 몇 분이 그 배를 끝까지 쫓아가셔서 그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소리쳤지. 이곳은 우리의 소중한 땅이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미래에도 우리 땅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보는 내가 통쾌했다니까. 맞아, 독도는 나와 친구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그분들의 집이야. 저 사람들이 우리의 보금자리와 독도에 사는 분들의 집을 뺏을 자격은 전혀 없어. 그 누가 남의 걸 뺏으려고 하겠어? 그건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야. 암튼 우리는 우리 섬을 노리고 찾아온 사람들을 쫓아내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어.

지금도 우리의 땅을 노리고 매일같이 찾아오는데 과거에는 어땠을까?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우리 땅을 지켰을 거야. 지금은 전쟁은 없지만, 말로 싸우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독도에서는 두 나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어. 내 친구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 같아. 자꾸 자신을 노리고 이곳저곳에서 찾아와 못살게 구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하겠어? 지금은 비록 무사히 지나갔지만, 그들이 내 친구를 탐내고 있는 한 계속해서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며 찾아올 거야. 내가 사는 섬은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소중한 섬이야. 생명이 싹트는 섬이고 푸르고 넓은 바다를 지키는 내 친구. 이젠 알겠니? 내 친구 독도가 얼마나 소중한 섬인지를. 너희들이 나와 새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섬을 지켜줬으면 해.

소중한 우리 땅, 지켜야만 하는 우리 섬을 많이 알아주고 많이 생각해주고 많이 아껴주기를 바래. 대한민국의 친구들아! 부탁해도 될까? 독도를 지키려 했던 한 명, 한 명의 고귀하고 아름다웠던 희생을 잊지 말고 소중한 우리 섬을 많이 사랑해줘. 독도에 오면 우리 섬의 아름다움을 꼭 봐줬으면 좋겠다. 이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독도를 대한민국의 땅이라고 인정해 줄 때까지 나와 친구들은 멈추지 않을 거야. 긴 편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너희들이야말로 독도의 희망이자 미래의 불꽃이야! 고마워, 안녕.
2020년 7월 1일
무더운 날씨에도 힘차게 지내기 바라며 독도를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친구에게
갈매기가

정세희 (세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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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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