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 일대 '첨단 부품 생산기지' 조성 목소리]〈하〉 산학연 집중 최적의 인프라

  • 오주석
  • |
  • 입력 2021-01-19 07:23  |  수정 2021-01-19 07:29  |  발행일 2021-01-19 제13면
도태위기 지역 車부품 생태계 살릴 '안전장치'
산업 급변으로 미래차 전환 연구자본 부족 기업들 '생존 벼랑'
촘촘한 달성 인프라 기반 협력사간 협의체 구성 공동성장 급해
대구형 뉴딜 추진 맞물려 '미래형 부품 클러스터' 대안 부상

2021011701000503500020101
국제표준인증 규격의 시험 항목 중 37개 항목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대구주행시험장에서 자동차가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 '미래형 첨단 부품 클러스터'는 지역 부품 산업의 공동 연대를 핵심 축으로 한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수소)·자율주행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각자도생 방식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대구시가 12조원을 투입하는 '대구형 뉴딜 사업'(영남일보 1월18일자 1면 보도)을 통해 2025년까지 미래 차 핵심부품 개발 기업 100개사를 목표로 설정함에 따라 '미래형 첨단 부품 클러스터'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최근 엔진과 변속기가 완전히 사라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공개하며 자동차부품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 바 있어 지역 업체들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구 자동차부품 업계는 완성차 업계가 제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합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연구에 매진 중이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R&D(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인프라가 풍부한 대구 달성을 '미래형 첨단 부품 클러스터'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달성은 자동차부품 산업 부흥을 위한 전초기지로 손꼽힌다. 자동차부품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형성된 산업생태계를 비롯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한국자동차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연구기관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경북대·계명대 등 학술기관이 모여 있어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다.

산업구조 역시 자동차·기계·장비·금속가공 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어 부품 클러스터 조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대구통계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달성군 내 743개 기업 중 자동차 및 트레일러 업체 144개(19.3%), 기계장비 업체 129개(17.3%), 금속가공 업체 105개(14.1%), 1차 금속 업체 32개(4.3%)로 차 부품 관련 업체가 전체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한다. 종사자는 2만1천600여 명으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달성군 구지·현풍·논공을 트라이앵글로 묶어 미래형 첨단 부품 클러스터로 조성해 세계적인 첨단 부품 생산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대구의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달성지역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테스트장으로 손꼽히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의 대구주행시험장은 부품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대구주행시험장은 2014년 달성군 구지면에 39만4천545㎡ 규모로 조성된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 특화 자동차부품 테스트장으로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이래에이엠에스<주>는 대구주행시험장을 활용해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의 성능을 테스트했고, 에스엘<주>은 신형 헤드램프를 개발 및 평가를 했다. 상신브레이크는 브레이크 진동 및 소음, 제동 법규시험을 실시하며 새롭게 개발한 브레이크 제품의 성능을 확인한 바 있다.

테스트 차량에 신제품을 결합한 뒤 다양한 테마로 조성된 도로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차부품 업체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이외에도 대구주행시험장은 국제표준인증 규격의 시험 항목 중 37개 항목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타 주행시험장 대비 60~70% 수준으로 저렴해 지역 업체들의 신기술 연구·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연구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달성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넘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찮다. 내연 자동차의 수요가 매년 감소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차부품 업체들은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연구에 자본을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새롭게 재편될 미래차 시대에 많은 협력 업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간부는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로 플랫폼이 교체되면 기존 대비 부품 수는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어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중견급인 1차협력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새롭게 조성될 자동차 시장에 2~3차 협력업체들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를 두고 벌써부터 고민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대구 미래형 첨단 클러스터 조성이다.

지역 대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간의 상생형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중앙정부의 투자 인센티브를 유치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 보자는 것이다. 이종학 대구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지금과 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협력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의 경쟁력을 잘 활용해 신규 투자를 이끌어낸다면 대구의 자동차부품 시장은 또 다른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