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시장 외지업체 잔치판 (1)] 지경경제 타격...대기업, 협력사 통해 인력-자재 조달...지역경제 기여도 미미

  • 박주희
  • |
  • 입력 2021-09-26 20:11   |  수정 2021-09-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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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단지(영남일보 DB)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상항에서도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외지 건설사들에 점령당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대기업 건설사의 공세에 지역 건설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지역 자본 외지 유출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위기의식이 높은 상황이다.


푸르지오·힐스테이트 브랜드
올해 지역 공급물량 40% 차지
분양·광고 등 용역마저 타지로
부동산 호황 단물말 빼먹는꼴
자본유출 방지책 마련 목소리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 80% 외지업체 잠식
26일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구지역 민간아파트 공급물량(오피스텔 제외)은 34개 단지 1만7천922세대로 나타났다. 이 중 지역 건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개 단지 3천583세대로 겨우 20%에 불과했다. 반면, 외지 업체의 공급 비중은 80%나 됐다. 대구 아파트 10채 중 8채는 역외 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대구의 아파트 시장 호황에 따른 이익이 외지업체들의 잔치가 된 셈이다.

특히 '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가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을 삼키고 있는 형국이다. 푸르지오가 4개 단지에 4천35세대를 분양했고, 힐스테이트가 6개 단지에 3천170세대를 분양해 이들 2개 대기업의 물량이 대구 전체 물량을 40%나 됐다.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의 대구 아파트 공급 물량이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그 영향력이 두 배나 커진 셈"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 잠식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들 외지 업체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미미하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은 원청업체에 따라 도시계획, 설계, 교통, 분양, 광고, 입주 등 각종 용역의 하도급 업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를 비롯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하지만 외지 건설사들의 경우 설계, 분양, 광고 등 외주의 상당 부분을 자신들의 협력 업체를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높은 브랜드 선호도와 공격적인 수주방식으로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대기업의 대구 공략은 결국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려온 대구 아파트 시장의 성과가 지역자본의 외지 유출이라는 결과를 만든 셈이어서 지역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프다. 외지업체가 지역 부동산 호황의 단물만 쏙 빼 먹고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구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건설의 생태계는 정교하게 짜여 있다. 원청이 바뀌면 1차 하도급, 2차 하도급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인력, 철근, 재료, 제도 등을 다 조달해 오다 보니 공사 대금이 외지로 술술 빠져나가게 돼 지역경제 활황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7년간 외지 건설사 분양 수주율 83%
대구지역 주택건설 시장이 역외 기업의 잔치판이 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년간(2014~2020년) 민간분양 아파트시장에서 지역 건설사들의 수주 비율은 겨우 17%에 불과했다.

2014~2020년 대구에 259개 단지, 14만6천여 세대가 공급됐는데 이 중 대구 건설사가 수주한 물량은 2만4천800여 세대에 그쳤다. 나머지 83%는 외지업체가 차지해 이에 따른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 등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지난 7년간 분양 매출액(공급세대수 모두 84㎡, 평당가 1천200만원으로 가정해 계산)은 총 59조원으로, 이 가운데 외지 건설업체의 분양 매출액은 49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대구 건설사들의 매출액은 10조원에 불과하다.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외지 대형 건설업체들은 지방의 대형 공사만 수주하고 자금만 가져간다. 하도급 업체들 역시 등록된 외지 협력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지역 경기는 좋아질 수 없는 구조"라면서 "결국 지역 자본이 지역 내에서 돌지 않고 역외 유출이 심하다. 외형적으로는 지역 경기가 좋아진 것처럼 보여 지지만, 속 빈 강정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외 자본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 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해 주는 지방정부와 지역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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