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죽인 죽도시장…"동해서 방사성 검출 땐 모든 게 끝"

  • 원형래,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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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3 07:11  |  수정 2023-08-23 07:13  |  발행일 2023-08-23 제5면
근심 싸인 동해안 어민들

죽도시장2
24일부터 일본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후 경북 포항수협 죽도어판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22일 오후 경북 포항 죽도시장 내 포항수협 죽도어판장. 이틀 후인 24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덤덤해 보이기까지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일본'과 같은 단어들이 금기어라도 된 마냥 이와 관련된 게시물이나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걱정, 근심 자체를 숨길 수는 없지만 오염수 문제가 주목받으면 받을수록 어업인에게는 막대한 손해만 남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방류 여부를 떠나 오염수 자체가 쟁점이 되면 될수록 어업인들에겐 손해"라며 "정치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목소리를 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구룡포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30대 어업인 A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토로했다. 상경 집회에도 참석해 봤지만 어민들의 의견과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A씨는 "정책적으로 방류가 결정 나 버렸고, 이는 양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류 이후 동해안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성 물질이 검출 안 되면 다행이지만, 짧으면 2~3년 정도가 마지막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계속 이슈를 만들어 남은 호흡기마저 제거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진의 어업인과 수산물 판매상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원했다. 수산물 중개상 B(62)씨는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수입이 감소해 걱정"이라며 "정부에서 수입감소분을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주 C씨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갈수록 어획량이 감소하는 판에 오염수로 고깃값이 떨어지고 중개 상인들도 찾지 않아 이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어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고 피해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형래기자·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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